1차전의 충격은 잊었다. ‘우리는 잠실로 간다’는 다짐은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롯데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자신감을 보인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연장 접전 끝에 2-9로 패했다. 연장전 7실점. 충격파가 적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이튿날 경기에서 롯데는 후유증 따위는 잊었다는 듯 곧바로 NC에 설욕했다. 과정이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결과만 챙기면 되는 것이 단기전 승부다. 1승1패의 성적.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실망할 필요도 없다. 과거의 롯데라면 분위기를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겠지만 이전의 롯데와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3차전은 제프 맨쉽과의 승부다. 맨쉽에게는 3경기 동안 타율 1할4푼9리에 머물렀다. 그러나 4번째는 다를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맨쉽의 컨디션 관리가 정상적이지는 않다. 지난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잠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목이 뻐근하다며 4이닝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큰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 관리에 이상 징후를 보인 것.
맨쉽 상대로 첫 경기 2안타, 두 번째 경기 5안타, 그리고 3번째 경기에서는 6안타를 때려내며 점차 적응력을 높여갔다. 선수들 역시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며 의욕을 높이고 있다. 4번 타자 이대호가 8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면서 맨쉽 깨기 선봉에 나선다.
타선의 감각도 곧 올라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다시 야간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롯데는 후반기 에이스들을 줄곧 격파하며 연전연승을 이어갔다. 롯데의 기세가 충만했던 시기에 맨쉽은 롯데 타선을 상대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롯데는
3차전 롯데의 선발 투수는 송승준이다. 베테랑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에 성공한 송승준이 과거 가을야구의 부진과 치욕을 씻어내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올해 부활을 이뤘던 간절한 의지가 가을야구까지 이어져 올 경우, NC 타자들은 그 기합에 눌릴 가능성이 높다. 올해 NC전은 2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3.60(5이닝 2실점)이었다. 올해는 송승준을 불펜 투수로만 상대해봤지, 선발 투수로는 NC전에 첫 등판이다. 달라진 송승준의 면모를 NC 타자들은 확인하지 못했다.
3차전을 잡아낼 경우 4차전부터 롯데는 박세웅이라는 영건 에이스가 등판한다. 박세웅은 정규시즌 NC전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4.50의 기록을 남겼다. 무패의 투수라는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정규시즌 등판을 마치면서 2주라는 휴식기간을 가졌다. 푹 쉰 박세웅의 구위는 스스로도 자신한다. 그리고 마음가짐 역시 “가을에는 반드시 다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세웅에게는 언제는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을 갖추고 있다. 가을야구 첫 등판이지만, 부담감과 책임감은 올해 박세웅의 성장을 이끌어 온 힘이었다.
NC의 4차전 선발 투수? 미지수다. 1차전 선발 투수인 에릭 해커의 등판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만큼 선발진은 빈약한 편. 지난해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4차전 선발 등판해 각각 7이닝 2실점, 7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당시 해커는 1차전 97개의 공만 던지고 내려갔다. 올해는 1차전 104개의 공을 던졌다. 최고 149km까지 빠른공 최고 구속을 기록하는 등 전력투구를 펼쳤다. 만약 4차전 등판을 치를 경우 분명 적은 휴식에 따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LG와 올해 롯데의 타선은 분명 다르다. 정규시즌 해커의 공을 쳐내지 못한 것도 아니기에 롯데는 승산이 있다. 이재학, 구창모 등 다른 투수들이 나올 경우 오히려 롯데에는 감사한 일이다.
소수정예의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제로의 위용에 빛난다. 포크볼(조정훈, 박진형), 커터(손승락) 등 저마다의 결정구를 가지고 타선을 상대하고 있다. 이들이 1,2차전 7⅔이닝 7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단기전, 불펜진에 가장 필요한 삼진 능력을 과시했다. 이미 이들은 롯데의 뒷문 3대장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체력? 아직까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위압감과 기록이 상대에 더한 압박감을 심어준다.
분위기에 살고 죽는 롯데다. 2차전 승리로 분위기 셋업은 완료됐다. 이제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의 뒤집기 승부를 마칠 준비가 되어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