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서 가을야구가 처음인데, 그렇게 긴장되지 않는다.”
지난해 롯데 감독 부임 이후 2시즌 만에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조원우 감독은 지난 7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긴장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전했다.
하지만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조원우 감독은 처음 맞이하는 가을야구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벤치 개입 면에서 그리 기민하지 못했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조쉬 린드블럼은 6회까지 96개의 공을 던지며 2실점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은 린드블럼을 7회에도 올리는 수를 택했다. 그런데 이 수가 최악으로 치닫을 뻔 했다.
선두타자 박석민에 3루 강습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권희동의 희생번트 타구를 린드블럼이 직접 잡았는데, 1루에 악송구를 범하며 무사 1,2루로 위기를 증폭시켰다. 결국 무사 1,2루 상황이 되어서야 롯데 벤치는 린드블럼을 박진형으로 교체했다. 일단 박진형이 위기에서 실점을 막아냈지만 자칫 벤치에서 흐름을 잘못 읽어 경기를 내줄 수 있던 순간이었다.
타선의 승부처 역시 마찬가지. 6회말 1사 후 김문호와 번즈의 연속 안타로 1사 1,3루의 득점 기회가 만들어졌다. 타순은 8번 문규현-9번 황진수의 하위 타선으로 이어졌다.
조원우 감독은 여기서도 기존의 선수를 믿었다. 대타 타이밍이기도 했지만 2회 첫 타석 안타를 때려낸 문규현에게 상황을 맡겼다. 그러나 문규현과 황진수가 각각 삼진과 우익수 직선타로 물러나면서 1-2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순간을 놓쳤다. 벤치에 박헌도라는 뜬공 타자가 있었지만 결국 박헌도를 끝까지 아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원우 감독의 용병술은 진화하는 듯 했다. 결국 아끼고 아꼈던 대타 카드를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활용했다. 문규현 타석 때 박헌도 카드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 카드는 제대로 적중했다. 1B에서 김진성의 2구 144km 바깥쪽 빠른공을 결대로 밀어쳐서 우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기는 동점 솔로포가 터졌다. 사직구장은 뜨거운 용광로로 변했다.
결국 2-2 동점으로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다. 용병술 적중으로 숨통을 틔우고 여유를 찾은 조원우 감독은 이후 9회와 10회, 손승락에게 2이닝을 맡기면서 유연한 불펜 운영을 펼쳤다. 올해 정규시즌 동안 손승락의 2이닝 소화는 한 차례 밖에 없었다. 불펜에서 가장 믿을맨이라 2이닝을 강행했다.
하지만 손승락 이후의 투수진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결과론의 투수 교체였지만 박시영, 이명우, 장시환 등 연장 11회초에만 3명이 투수가 등판했지만 결국 NC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며 2-9로 완패를 당했다. 손승락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해결하지 못한 타선이 아쉬웠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