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Oh!수다] '무릎팍'->'아형'->'빅픽처' 천만, 여PD 예능史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7.10.08 14: 57

예능은 TV 방영이 진리? 요즘 세상에선 안 통하는 논리다. 날이 갈수록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은 다양해지고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지상파 예능의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는 이유다. 잘 나가는 프로를 베끼는 방식으론 이 땅에서 더 이상 버티질 못한다. 중국이라면 모를까.
 네이버TV로만 공개된 생존 예능 '빅피처'가 드디어 대형 사고를 쳤다. 7일 현재 조횟수 1000만 뷰를 돌파했다. 메인 출연진은 하하와 김종국, 그리고 여운혁 PD. 어찌보면 단촐한 멤버로 큰 재미를 선사하면서 네티즌 호평을 이끌고 있다. 예능은 규모의 싸움이 아니라 아이디어 승부란 사실을 제대로 과시하는 중이다.
'빅픽처'는 MBC의 터줏대감 예능 PD('무릎팍 도사' 등)에서 JTBC로 옮겨 '아는 형님' 신화를 만들어낸 여운혁의 작품이다. 잘 나가던 그가 윤종신의 미스틱으로 옮긴 게 지난해 말. 남 부러울 것 없는 대형 방송사에서만 일하다가 온갖 걱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제작비 조달과 MC 섭외가 어려워진건 물론이고 TV 편성은 아예 꿈도 꾸기 힘들었다. 

 
그래서 여 PD가 새롭게 내놓은 ‘빅픽쳐’는 새롭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하하와 김종국을 제작자로 영입했다. 잘 되면 같이 벌고 망하면 함께 쓰러지는 구조다. 본인도 직접 출연을 결심했다. 가장 중요한 방송 수단은 네이버TV에서 'OK' 사인을 받았다. 드디어 9월초 첫 출발. 여 PD는 "계획대로 준비되고 진행되는 게 없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일단 끝까지 가보자고 덤볐다"고 했다
부족한 자금? 아예 제작비 구하는 과정 자체를 '빅픽처'의 첫 주제로 삼았다. 의기투합한 3인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됐던 제작비를 벌려고 PPL쇼 메이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프로가 잘되든 안되든 꼬박꼬박 출연료를 챙겼던 하하와 김종국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 
“정말로 하하와 김종국한테 출연료 계약을 안 했어요. 둘의 출연료까지 포함해서 제작비를 따지면 간당간당해요. 원래 예능프로그램이었으면 적자가 아닌데,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투입된 돈이 있잖아요. 사실 돈 문제는 잘 몰라요.”(여PD)
 
악마의 편집이 아니라 진짜 생존 경쟁에 나선 이들의 좌충우돌은 금세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개 1주 만에 100만 뷰에 돌파하며 시청자들의 취향 저격에 성공한 '빅픽처'는 빠른 입소문으로 가파른 인기 상승세를 보였다. 
여PD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일화 하나. “하하가 문자가 왔어요. ‘형 우리 엄청 비호감인데, 정말 재미있어’. 하하나 김종국이나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서 오래 활동했잖아요. 그들도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들의 욕구와 나의 욕구가 만나서 이 도전을 만들어 낸 거죠. 방송에 안 나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간이 돈인 친구들과 뭔가 하고 있으니까요.”
'빅픽처'가 지금 한국 예능 시장에 큰 그림을 새로 그리고 있다. /mcgwire@osen.co.kr
[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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