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의 여유와 베테랑의 초심.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두 가지 아이러니가 충돌한다.
정규시즌 3위 롯데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 NC는 8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롯데 조쉬 린드블럼과 NC 에릭 해커가 자존심을 걸고 선발등판한다.
KBO는 1차전 하루 전인 7일 미디어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대호, 손승락을 대동했고 김경문 NC 감독은 나성범, 박민우와 함께했다.
양 팀 감독 모두 평소 신중한 발언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미디어데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조원우 감독과 김경문 감독 모두 상대를 자극할 만한 발언을 최대한 피했다.
두 감독의 '가을 경험치'는 천지차이다. 조원우 감독은 올해가 사령탑 데뷔 후 첫 포스트시즌. 반면,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 포함 열 번째 가을야구다. 올해까지 NC를 4년 연속 가을 무대로 이끈 장본인이 바로 김 감독이다.
때문에 두 감독이 펼칠 지략대결에서 노련한 김 감독 쪽으로 무게감이 기울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원우 감독은 특유의 당당함을 숨기지 않았다. 조 감독은 "가을야구가 처음인데 떨리거나 부담되지 않는다. 정규시즌 운영대로 포스트시즌에 임할 생각이다.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 감독은 "준플레이오프가 몇 차전까지 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운을 뗀 뒤 "손승락을 위시한 불펜진이 잘해주고 있다. 결국 선발투수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경문 감독은 초심을 내세웠다. 김 감독은 "열 번째 포스트시즌이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배짱있게 했다. 그런데 갈수록 배짱이 줄어드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처음으로 돌아가 배짱있게 해보겠다"라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조원우 감독과 정반대의 구상을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단기전은 경기가 많지 않다. 투수들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운영을 달리할 수 있다"라고 예고했다. '정규시즌처럼'의 조원우 감독과 대조되는 부분.
하지만 양 팀 감독과 선수단이 입을 모은 부분도 있었다. 바로 '부산, 경남 지역 팬들의 축제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가까운 롯데를 포스트시즌에 만나게 되어 반갑다. 창원이나 부산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 좋은 경기 보여줄 수 있도록 멋있게 가을잔치 해보겠다"라고 출사표를 내걸었다.
박민우는 "축제이자 잔치다. 경남 지역 팬들이 많이 와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기, 멋진 경기 팬들께 선물하겠다"라고 각오했다. 롯데의 '캡틴' 이대호 역시 "1~2차전을 부산에서 하고, 3~4차전을 창원에서 한다. 부산, 경남팬들에게는 축제다. 선수들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하면 후회 없을 것 같다. 팬들도 다같이 응원해주시면 즐거운 마음으로 응원해주실 거다. 야구장에서 최선 다하는 건 당연하다. 팬들도 즐기시도록 우리가 즐기겠다"라고 다짐했다.
팬들은 이미 준플레이오프 다섯 경기를 모두 매진시키며 열기를 반증했다. 부산에서 열리는 1, 2, 5차전은 6일, 창원에서 열리는 3, 4차전은 7일 예매를 진행했다. 1~2차전은 약 15분, 3~4차전은 10분 만에 매진됐으며 5차전조차 20분을 넘기지 않았다.
선수단의 말처럼 부산과 경남 지역의 축제가 시작된다. 초보의 여유와 베테랑의 초심이 맞붙는 일전. 미소짓는 쪽은 어디일까.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