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부산 사직구장의 기운을 듬뿍 받은 앤디 번즈(27)는 가을의 사나이로 거듭날 수 있을까.
번즈는 올해 롯데의 내야 수비 안정에 기여했다. 구단이 애초에 번즈에 기대했던 모습은 200% 이상 만족시켰다. 번즈의 합류로 롯데는 올해 86개의 실책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소 실책을 기록했다. 번즈가 2루에 자리 잡으며 롯데의 센터라인은 안정됐고, 투수진과 야수진 모두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갈 수 있었다.
수비에서의 활약이 공격에까지 이어졌다. 타율 2할 대 중후반, 10개 남짓의 홈런 정도를 기대했던 번즈는 공격력에서까지 만개했다. 번즈는 올해 옆구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한달 남짓 결장하기도 했지만 116경기 출장해 타율 3할3리(468타수 128안타) 15홈런 57타점 71득점 1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60의 수준급 성적을 남겼다. 수비형 외국인 선수는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성적으로 증명했다.
번즈의 역할은 가을야구에서도 필수적이다. 수비의 안정은 당연한 임무. 여기에 준플레이오프 1,2,5차전이 열리는 사직구장에서의 활약은 독보적이다. 번즈는 사직 홈에서 타율 4할1리 10홈런 38타점 OPS 1.101의 대형 거포의 성적을 남겼다. 사직에서만큼은 ‘배리 본즈’ 부럽지 않을만큼 방망이가 타올랐다.
그리고 번즈는 많은 관중 앞에서 더욱 힘을 낸다. 번즈는 1만5천명-2만 5천명 사이의 관중들 앞에서 43경기 타율 3할1푼6리 7홈런 22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2만 5천명 이상의 관중들 앞에서는 8경기 타율 5할2푼2리 1홈런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올 시즌 사직구장에서 기록한 5번의 만원 사례에서 앞에서 더욱 에너지 넘치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사직 매진 5경기에서 타율 5할8푼8리(17타수 10안타)의 성적을 남기며 뜨겁게 불타올랐다.
번즈는 이에 대해 “만원 관중들 앞에서 딱히 불타오르는 이유는 없다”면서도 “관중들이 많으면 나도 더욱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이 든다. 홈 경기에는 팬들이 많이 오시기 때문에 나도 즐길 수 있다. 포스트시즌 역시 마찬가지다”고 말하며 활발한 에너지가 번즈 자신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그의 자신감은 넘친다. 번즈는 “고등학교 시절 우승 경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서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를 했다. 하던대로 하면 우리 팀도 충분히 우승을 도전해볼만 하다”고 말하며 불타오를 준플레이오프와 가을야구를 기대케 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