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시간은 팀 내 위치를 바꿔놓았다. 5년 전, 팀 내의 위치에서 어린 축에 속했던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29)은 이제 어엿한 중고참이 되어 다시금 가을야구를 맞이한다,
손아섭은 올 시즌 전경기 출장해 타율 3할3푼5리(576타수 193안타) 20홈런 80타점 113득점 2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34의 기록을 남겼다. 지난 2012~2013시즌 2년 연속 최다 안타 타이틀을 따낸 이후 4년 만에 다시금 최다 안타 기록을 만들었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함과 동시에 롯데 프랜차이즈 사상 3번째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쾌거를 누렸다.
특히 손아섭은 팀이 후반기 대상승세를 기록할 때, 그 어느 선수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롯데의 상승세와 손아섭의 활약상은 궤를 같이 했다. 8월 타율 3할6푼8리(106타수 39안타) 9홈런 24타점 33득점 10도루의 기록으로 KBO리그 8월 월간 MVP자리까지 올랐다.
그동안 가을야구에 대한 간절함, 그리고 롯데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한 손아섭이었다. 그렇기에 다시 맞이한 가을야구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과는 다른 분위기의 손아섭이지만, 이제는 흥분보다는 침착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5년 만의 가을야구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손아섭의 위치가 지난 2012년까지 경험했던 포스트시즌과는 달라졌다. 당시 손아섭은 20대 초반의 풋내기 신진급 선수였지만, 이제는 팀의 중심이 되는 어엿한 중고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손아섭은 이러한 위치의 변화가 5년 전 경험했던 가을야구와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릴 때 경험했던 가을야구보다 지금은 중고참의 위치가 됐기에 더 떨리고 부담감이 있다. 어릴 때는 형들만 바라보고 따라갔다면, 지금은 중고참의 베테랑 위치에 섰기에 기대치가 놓아졌고 해야 할 역할들이 많아졌다”며 “20대 초반의 시기보다 부담감이 더 크다. 부담감이 올라갈수록 긴장감도 올라가는 것 같다. 젊을 때는 설레는 마음이 컸다면 이번에는 더욱 떨릴 것 같다”며 다시 맞이한 가을야구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인 NC를 상대로 올해 정규시즌, 2할8푼6리 1홈런 8타점 14득점 3도루의 기록을 남겼다. 특출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확연히 떨어지는 성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손아섭 특유의 야구에 대한 욕심이 NC전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게 한다. 그는 “올해 NC전에 약하다고 알고 있다. 일단 NC를 상대로 그 부담감을 떨쳐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 “일단 출루에 포커스를 두고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지며 힘들게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손아섭은 더욱 집중하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담감을 떨쳐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테이블세터진에서 NC의 배터리를 흔들어야 하는 임무가 손아섭에게 주어질 전망. 손아섭은 “일단 한 베이스를 더 가고 덜 가고의 싸움이 될 것이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상대를 신경쓰이게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런데 그 전에 일단 살아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내 스피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출루한다면 상대를 더욱 피곤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시간이 있었지만, 그 시간 동안 손아섭은 국가대표에도 호출이 되는 등 개인적으로 큰 경기 경험을 다수 치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비롯해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가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까지 최근 손아섭은 숱한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큰 경기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그는 웃으며 “포스트시즌을 경험했지만, 그래도 국제대회의 부담감보다는 아닐 것 이다”면서 “가을야구를 다시 하게 되면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과 긴장감을 내려놓아야 도움이 될 것 같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준플레이오프 시작 전 마인드컨트롤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다짐은 거창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언제나 마음 속, 그리고 말로 표현하는 다짐보다 행동으로 먼저 실천하는 유형이다. 그는 “정규 시즌때도 타이트한 경기를 하면서 부담감과 긴장감을 갖고 경기를 했다. 적당한 긴장감은 경기를 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일단 이번 가을야구는 즐기면서 해야 할 것 같고, 내가 말하는 것 보다는 경기에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하며 직접 그라운드에서 활약상을 펼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