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5월 광주=천안문 사태?"…'택시운전사', 中서 사라진 이유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0.07 16: 30

'택시운전사'가 중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택시운전사'는 국내에서 12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아직 정식 개봉하지는 않았지만 "포스터만으로도 감동적이다"라는 중국 관객들의 기대와 호평이 쏟아졌던 작품. 그런데 갑작스럽게 '택시운전사'가 중국에서 실종됐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홍콩의 빈과일보 등 중국 언론은 5일 "중국 당국이 천안문(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이 영화 '택시운전사'의 상영을 금지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천안문 사태는 지난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 여명을 무력으로 진압해 민간인 사망자 875명, 부상자 1만4550명을 발생시킨 사건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까지도 천안문 사태의 언급을 금기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중국 당국은 '택시운전사'를 두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택시운전사' 속 내용이 중국의 천안문 사태를 연상케한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의견이 이어지자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천만을 돌파한 '택시운전사'의 흥행 소식이 중국에도 전해지자, 중국 관객들은 '택시운전사'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택시운전사'는 정식 개봉 전부터 10점 만점에 9.1점의 평점을 기록하는 등, 중국 현지 관객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중국 관객들은 "포스터만 봐도 이미 눈물이 날 것 같다"는 기대부터 "이런 내용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한국이 부럽다"는 부러움의 댓글까지 다양한 의견을 표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관심이 독으로 작용했다. '택시운전사'가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낸 5월 광주의 그날이 민주화를 요구하던 수많은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은 천안문 사태와 비슷하다는 것.
'택시운전사'가 천안문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중국 당국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택시운전사'의 소개는 물론 평점과 감상평, 동영상마저도 모조리 삭제했다. 또한 '택시운전사', '광주' 등을 키워드로 하는 검색 역시 차단했다. 현재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에서는 택시운전사와 관련된 자료는 전혀 검색되지 않으며, 중국판 SNS인 웨이보에서도 '택시운전사'를 언급한 글은 게재 즉시 삭제되고 있다. 
중국 디지털 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택시운전사'와 관련된 모든 소개와 검색 자료, 영화 감상평, 추천글, 관련 기사 등 모든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명령을 담은 공문을 각 관계처에 보냈다. 중국에서 사라져 버린 '택시운전사'는 민주주의를 꿈꾸는 다른 듯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국 공산주의의 근간을 흔들까 염려한 중국 당국의 발빠른 대처가 빚어낸 촌극이었다. /mari@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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