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포스트시즌은 투수 지옥으로 명명 가능하다. 야구, 특히 단기전은 투수 놀음이라고 하지만 유독 타선의 힘으로 승부가 갈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시카고 컵스와 워싱턴은 명품 투수전으로 시리즈의 품격을 높였다.
컵스는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파크서 열린 워싱턴과 '2017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3-0으로 승리했다. 6회, 상대 수비가 흔들린 틈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0-0으로 맞선 6회 2사 2루,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우중간 안타가 이날 경기 결승점이었다. 컵스는 6회 2득점으로 이날 경기 유일한 '득점 이닝'을 만들었고, 승리를 챙겼다.
승패와 무관하게 양 팀 선발투수들의 호투는 눈부셨다. 컵스 카일 헨드릭스와 워싱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명품 투수전으로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부터 팽팽한 승부를 예고했다. 승리투수 헨드릭스는 7이닝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패전을 떠안은 스트라스버그는 7이닝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2실점(비차잭)을 기록했다.
1차전답게 양 팀 모두 '에이스'를 출격시켰다. 스트라스버그는 올 시즌 28경기에 선발등판, 175⅓이닝을 소화하며 15승4패, 평균자책점 2.52를 기록했다. 4년 연속 10승 고지에 올랐음은 물론 2년 연속 15승을 기록했다. 헨드릭스는 올 시즌 24경기에 선발등판해 139⅔이닝을 던지며 7승5패,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했다. 오른 손가락 부상으로 잠시 로테이션에 빠졌으나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
포스트시즌 성적은 헨드릭스 쪽으로 무게감이 기울었다. 스트라스버그는 2014년 샌프란시스코와 디비전시리즈 한 경기에 등판해 5이닝 2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반면, 헨드릭스는 2015년부터 2시즌 통산 7경기에 선발등판해 34이닝을 던져 1승1패, 평균자책점 2.38으로 호투했다. 특히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부터 월드시리즈까지 4경기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팀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뚜껑을 열자 헨드릭스는 기대대로, 스트라스버그는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팽팽한 투수전을 선보였다. 오히려 기세가 좋았던 건 스트라스버그 쪽이었다. 스트라스버그는 5회까지 볼넷 하나만을 내줬을 뿐 삼진 8개를 뽑아내며 컵스 타선을 막아섰다. 5회까지 투구수는 단 52개에 불과했다.
그 사이 헨드릭스는 조금 흔들렸다. 1회 1사 후 브라이스 하퍼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경기를 시작한 헨드릭스. 4회가 위기였다. 헨드릭스는 선두 대니얼 머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라이언 짐머맨을 병살타 처리하며 위기 탈출. 후속 제이슨 워스에게 풀카운트 끝 볼넷을 허용했지만 맷 위터스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0의 균형이 깨진 건 6회였다. 컵스에게 행운이 따랐다. 선두 하비에르 바에스의 3루 땅볼 타구를 앤소니 렌돈이 흘렸다. 희생버느로 1사 2루, 벤 조브리스트가 짧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1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이날 경기 스트라스버그의 첫 피안타였다. 이어 앤소니 리조가 우전 안타로 브라이언트마저 불러들였다. 브라이언트와 리조는 앞선 두 타석 모두 무기력하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제대로 설욕한 셈.
경기는 결국 컵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헨드릭스는 물론 스트라스버그의 비자책 역투 역시 눈부셨다. 올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유독 선발진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와일드카드전부터 선발진의 조기 강판이 이어졌다. 보스턴은 휴스턴 상대로 선발진이 2경기 7이닝 11실점의 굴욕을 맛봤다. 클리블랜드 역시 믿었던 코리 클루버가 2⅔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런 가운데 워싱턴을 달군 투수전은 시리즈의 품격을 높였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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