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황동혁 감독 "'남한산성', 천만 관객 목표로 만든 영화 아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0.08 14: 42

 (인터뷰①에 이어)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추석 연휴 극장가 성수기에 ‘남한산성’을 향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시기적으로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백성을 생각하는 왕의 자격에 대해 묻는 이 영화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 정국을 거쳤던 우리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5년 ‘기적의 도로’로 데뷔한 그는 2007년 ‘마이 파더’, 2011년 ‘도가니’, 2014년 ‘수상한 그녀’, 웹무비 ‘벅스 어택’에 이어 여섯 번째 작품으로 ‘남한산성’을 내놓았다. 영화의 홍보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조용한 목소리로 작품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열정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에너지가 전해졌다.
황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배우들이 캐릭터로 인해 영화에서는) 진지했지만 촬영장에선 다들 농담을 자주하더라. 촬영 사이사이에 쉴 때면 각자 수염을 쓰다듬으며 많은 잡담을 나눴다”며 “다만 (극중) 예민한 대결 신이 있을 땐 서로 말도 안했다. 따로 떨어져서 각자 준비를 하더라”고 촬영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청과 화친을 주장하는 최명길 역의 이병헌과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을 연기한 김윤석은 특히나 소화해야할 대사가 많았다. 제작진은 두 사람이 배틀을 하는 듯한 완벽한 구도의 앵글을 잡아냈고 배우들도 모든 장면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황 감독은 “(김윤석-이병헌)두 분만의 NG 포인트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후반 배틀신은 원테이크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중간에 한 번 틀리면 다시 처음부터 가면서 한 번에 완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8~9번 시도 끝에 완성했다”며 “저는 객석에 앉은 관객의 입장으로 손에 땀을 쥐고 바라봤다. 마치 실제로 싸우듯이 랩 배틀을 하듯 연기하더라”고 칭찬했다.
황 감독이 모든 캐릭터의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가장 공을 들였던 배역은 인조 역의 박해일이었다.
“캐스팅에 공들인 배우가 박해일이었다. 원작을 읽는 순간 인조 역에 박해일이 떠올랐다. 인조의 우유부단함과 약한 모습을 모두 가진 배우는 박해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같이 맥주를 마시며 박해일이 인조를 맡아야만 하는 이유와 지금 이 시점에 이 작품을 만든 계기를 전했다”며 “박해일이 왕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본인이 잘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더라. 2번 거절했다가 3번 만에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류 과정을 솔직하게 전했다.
‘남한산성’의 제작진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간 영하의 날씨 속에서 전국을 돌며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경기도에 위치한 남한산성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고, 실제처럼 만든 오픈 세트장을 이용하기도 했다.
“언 강 위에서 찍은 장면이 가장 어려웠다. 소양강에서 찍었는데 얼음이 25cm 두께로 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대부분의 장면은 눈이 많이 온 강원도 평창에서 촬영을 했다. 눈이 없을 땐 인공 눈을 뿌려서 설경을 만들었다. 눈이 내리지 않은 날도 많아서 인공눈을 수입해 바닥에 깔고 찍었다. 설경을 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작품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했지만 ‘남한산성’이 천만 관객을 목표로 만든 영화는 아니다. 물론 많은 관객들이 봐주시면 좋겠지만 사실 천만이라는 숫자가 쉽지도 않다”라며 “저는 한국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무게감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정말 좋은 영화, 영화적으로 완벽한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에 찍었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낸 국민이라 비극의 역사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제 영화를 좋아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실망하진 않을 듯하다(웃음).”/purplish@osen.co.kr
[사진]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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