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언니는', 진짜 악인은 회장님이에요!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7.10.06 13: 30

종영을 앞둔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에는 세 명의 악녀가 등장한다. 불사조 악녀 다솜과 음흉한 양정아, 그리고 이제는 짠함이 느껴지는 야망가 손여은. 하지만 '진짜' 악인은 이 세 여성이 아니라 이 악녀들이 활개를 칠 장을 계속 마련해주는 회장 손창민이라는 평이다. 
구필모 회장(손창민)은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진행되는 온갖 사건들의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이기도 하다.
민들레(장서희)와 꼭 닮은 사랑하는 아내의 마지막을 보지 못한 것은 아내의 애끓는 전화통화를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비정하게 끊어버렸기 때문이며, 집사 이계화(양정아)가 어떻게 자신의 아들이라는 구세준(조윤우)을 갖게 됐는지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이는 이계화가 정신이 몽롱해지는 약을 먹였기 때문이지만 중요한 순간 순간 '그가 조그만 만 더 현명했으면'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사리분별력이 약한지 한 쪽 말만 듣고 완전히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계화에 대해 그렇다. 이계화가 어머니 사군자(김수미)가 시켜 사랑하는 사람인 민들레(장서희)를 스토킹하고 괴롭혔다고 말하자 의심없이 이를 그대로 믿어버렸다. 물론 이계화와 사군자의 오랜기간 심복인 이유가 컸지만, '너무나 쉽게' 이계화의 말을 신뢰하고 사군자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구필모 회장을 보며 시청자들은 숨막히는 답답함을 느꼈다.
이는 딸 구세경(손여은)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구세경은 불륜에 사망사건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을 하는 등 악행을 저지른 것이 발각됐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계화의 말만을 듣고 구세경의 진실은 외면하고 있다. 구세경이 구필모를 향해 '어차피 가족의 말은 믿지 않는 사람'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일부 수긍이 간다.
양달희(다솜)가 "구세경이 설기찬의 캐모마일을 도둑질하고 차 브레이크를 고장내서 설기찬의 친구를 교통사고로 죽게 한 괴물이다"라고 폭로했을 때 구세경은 "아버지 명령대로 한 것 뿐이다. 그땐 잘했다고 배운 대로 한 것 뿐인데 그것도 잘못인가요?"라고 다소 뻔뻔하게 나왔다. 그리고 결국 구필모는 이사회에서 딸의 모든 특권을 박탈하고 그녀를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자기반성은 '조금도' 없는 구필모 회장은 실망감을 남겼다.
양달희에게는 '꾸준히' 당하는 회장님이다. 양달희는 이계화를 경찰서에서 빼내고자 비자금으로 구필모를 협박했고, 또 구필모는 양달희가 파 놓은 함정에 빠져 설기찬(이지훈)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오해했다. 아들 설기찬이 친부 구필모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할머니를 죽인 것도 세후를 죽인 것도 당신이야. 당신이 조금만 더 현명하고 비겁하지 않았으면 그 두 사람 죽지 않았어. 그래서 나 당신 용서 못해"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진정한 사이다를 느꼈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토록 찾던 큰 아들 세후가 바로 설기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 이후에도 또 어떤 잘못된 정보나 꾀임에 넘어가 엉뚱한 일을 저지를지 모를 판단력이 부족한 회장님이다. 항상 진실에 가장 늦게 다가가고 주변 사람들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는 회장님. 
애청자들은 울분 섞인 토로를 내뱉는다. "회장님이 제일 나빠요~!" /nyc@osen.co.kr
[사진] '언니는 살아있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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