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의 부진은 잊으라는 듯 맹렬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위기의 남자’였던 박석민(NC 다이노스)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맹타로 팀을 준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박석민은 이렇데 ‘가을의 남자’로 돌아왔다.
NC는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0-5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NC는 와일드카드를 거뭐지면서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NC는 이제 오는 8일부터 롯데 자이언츠와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치른다.
승부는 사실상 초반에 결정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석민의 불 붙은 방망이가 있었다. 박석민은 정규시즌 잔부상과 부진 등으로 시즌 내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기회가 없었다. 올해 박석민의 정규시즌 성적은 101경기 출장해 타율 2할4푼5리 14홈런 56타점 4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92에 그쳤다. 풀타임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타율과 홈런, 타점이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4년 96억 원의 대형 FA 계약을 맺었지만 FA 2년 차 시즌의 부진은 박석민과 NC 구단 모두를 힘들게 했다. 아울러 지난 3일 한화와의 최종전 홈런 이후 담 증세로 교체되며 포스트시즌에 대한 의구심가지 갖게 했다.
그러나 박석민에게는 가을의 주인공 본능이 감춰져 있었다. 지난해 NC에서 맞이한 첫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타율은 2할2푼2리(9타수 2안타)에 그쳤지만 때려낸 안타들이 모두 팀의 시리즈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홈런포였다. 박석민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MVP를 거머쥐었다.
정규시즌의 부진은 박석민에게는 절치부심으로 가을을 맞이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의지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그라운드에서 표출시켰다. 박석민은 나성범의 선제 3점포로 3-0으로 앞선 1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해 2B2S에서 SK 선발 메릴 켈리의 150km 한복판의 빠른 공을 걷어올려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포스트시즌 통산 5번째 홈런이었다. 3점의 리드로는 초반 분위기를 장담할 수 없던 NC였지만, 박석민은 선수단 전체를 편안하게 만들고 초반 승기를 가져오는 홈런포를 터뜨려 4-0의 격차를 만들었다.
박석민의 진가는 4-2로 추격을 당한 3회말에 다시 한 번 발휘됐다. SK의 추격 의지를 가뿐히 잠재웠다. 3회말 1사 1,2루 기회에서 켈리를 두들겨 좌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뽑아내 5-2의 점수를 만들었다.
박석민이 다시 한 번 3점 차를 만들자 NC 타선은 짐을 덜고 더욱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박석민의 적시타 이후 NC는 상대 폭투와 손시헌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박민우의 적시타 등을 묶어 3점을 더 뽑아내 8-2의 격차를 만들었다. 승부의 추는 초반, NC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결국 승부는 사실상 3회말에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이후 NC는 5회까지 10점을 뽑아내면서 SK의 의지를 상실케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석민의 달아오른 방망이가 있었다. /jhrae@osen.co.kr
[사진] 창원=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