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28·NC)의 가을은 유독 쌀쌀했다. 정규시즌에서는 골든글러브 단골 후보일 정도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지만 유독 포스트시즌에서는 침묵하곤 했다.
상대의 집중견제도 있었지만 그것을 고려해도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나성범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총 17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타율은 2할2푼4리에 불과했다. 나성범의 정규시즌 통산 타율(.314)보다 훨씬 낮았다. 큰 무대라는 점을 고려해도 좋지 않았다.
내용을 보면 더 좋지 않았다. 17경기에서 12개의 삼진을 당했고, 병살타도 3개에 실책까지 3개나 됐다. 홈런은 1개, 타점은 3개에 불과했다. 15개의 안타 중 장타는 두 개뿐이었다. 전혀 나성범답지 않은 성적이었다.
사실 포스트시즌은 제아무리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성범으로서도 실패의 교훈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3년간 곱씹은 경험을 이번 가을에는 다른 모습으로 보여줄 시기다. 첫 경기를 보면 그 가능성이 보였다.
나성범은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1회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3개의 장타를 몰아치며 팀의 10-5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변함없이 3번 우익수로 출전한 나성범은 4타수 3안타(1홈런) 1고의사구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으로 가을무대에서 힘찬 시동을 걸었다.
모두 만점 안타였다. 1회 무사 1,2루에서 결정적인 홈런포를 때렸다. SK 선발이자 에이스인 메릴 켈리의 체인지업이 가운데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걷어 올려 우중월 3점 홈런을 때렸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집중력, 그리고 아주 좋은 타구 질이 돋보였다. 이 홈런은 경기 초반 기세를 완전히 제압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했다.
8-3으로 앞선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추가점의 포문을 열었다. SK 세 번째 투수 좌완 신재웅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나성범은 1사 후 모창민의 적시타 때 힘차게 달려 홈을 밟았다. 5회에는 무사 1루에서 서진용을 상대로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렸다. 이날에만 장타 세 개를 터뜨렸다. 통산 포스트시즌 17경기에 때린 장타보다 더 많았다.
나성범은 시즌 막판 다소 주춤했다. 8월 타율이 3할8푼3리에 이르렀지만 9월은 3할에 머물렀다. 다만 마지막 10경기에서 3할1푼7리를 치며 어느 정도 타격감을 회복한 뒤 이번 포스트시즌에 임했다. 그리고 이날 '가을 폭발'의 조짐을 보였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시작, 앞으로 갈 길이 먼 NC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창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