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남한산성' 이병헌 "현실과 맞닿아 있어 배울 점 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0.05 11: 00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의 흥행 요인 중 하나는 분명 배우 이병헌의 힘이다.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해피투게더’부터 ‘아이리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달콤한 인생’ ‘마스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과 대중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병헌이 나온다’는 소식에 일정 관객 이상과 많은 시청자들이 움직이는 ‘믿고 보는 현상’까지 일어났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기 높은 배우의 캐스팅보다 재미있는 파워 콘텐츠가 사람들의 시청 욕구를 자극하는 시대이기는 하나, 이병헌 만큼은 여전히 이름값으로 움직이는 몇 안 되는 배우이다.
이병헌은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믿고 보는 배우라고 불러주시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부담감도 있다”며 “관객들이 많이 드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정말 좋은 영화라는 평가를 듣는 게 더 좋다. 천만 관객을 넘는 것은, 제 입장에선 좋은 일이지만, 정상적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만을 넘고 머릿속에서 이야기와 이미지가 날아가 버리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정서가 남아있는 게 훨씬 좋은 작품이 아닐까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올 2월 선보인 반전 드라마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 이후 이병헌은 8개월 만에 ‘남한산성’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가 역사와 상상력을 버무린 팩션 사극이었다면 ‘남한산성’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정통 사극이다. 웃음기를 쫙 뺀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왕에 대한 존경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최명길 캐릭터는 이병헌의 섬세하고 탄탄한 연기력이 더해져 역사 속 인물이 살아 돌아온 듯한 완연히 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심각하고 무겁지만, 보고 나서 느끼게 되는 감정과 드는 생각은 분명히 있다.
이병헌은 “관객들에게 주려고 하는 전체적인 감성이 타 영화와 달랐던 것 같다. 배우들과의 호흡과 속도도 달랐다”며 “제 애드리브는 전혀 없었다. 워낙 글이 훌륭하기 때문에 할 수도 없었다(웃음). 대본에만 의존해서 연기를 한다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사실 애드리브를 할 생각도 안했다”고 말했다.
‘남한산성’은 코믹 사극이 아닌데다 병자호란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흥행적인 면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승리의 역사가 아닌 실패의 역사를 다룬다는 게 흥행에 리스크(불확실성)가 있지만 저는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는 게 좋았다. 처음에 배우들을 보고 ‘과연 우리의 케미스트리가 잘 맞을까?’하는 걱정을 했다. 묘한 기대와 흥분 속에 서로를 만난 것 같다. 선배님들도 한 작품 안에서 만나기 힘들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출연 결정 이후 든 느낌을 밝혔다.
맞서 싸울 것인가를 두고 대립하는 두 충신으로 분한 이병헌과 김윤석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팽팽한 연기 시너지로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로, 조선 인조 14년에 발발한 병자호란 시기에 남한산성에 갇힌 왕과 대신들의 47일을 그린다. 핵심은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청과의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과 그의 반대편에 선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과 의견 대립이다.
역사를 배우는 목적은 단순한 과거를 돌아보려는 것만이 아니다. 이를 통해 올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인데, 날카로운 논쟁과 갈등이 380여 년이 흐른 2017년에도 공감할 수 있는 안건으로 깊은 울림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병헌은 “이 영화가 명확한 답을 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어 분명 배울 점은 있다. 400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었다. 당시의 사건에 현실을 빗대어보면 현명한 답을 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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