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혹사 논란’ 2016년 마당쇠, 2017년은 어땠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05 07: 04

불펜투수들은 “선발투수들은 귀족, 마무리는 평민, 그 외 계투 선수들은 노예”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곤 한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가장 어려워 보이는 법이지만, 그만큼 불펜투수들의 체력적 소모가 극심하다는 의미다. 투수코치들이나 동료들도 이를 인정한다.
불펜투수들은 언제 등판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대기해야 한다. 긴장도에서 차이가 난다. 여기에 마운드에 오르기 전 던지는 불펜투구는 공식적인 기록에 잡히지 않는다. 불펜투구로 몸을 다 풀어놓고 상황이 바뀌어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선발과 불펜 보직을 모두 소화하는 선수들도 간혹 있다. 최근에는 이런 점까지 꼼꼼하게 관리를 하는 추세지만 불펜투수들의 체력 소모를 다 해결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불펜투수들은 많이 던지면 다음 해, 혹은 그 후 반드시 후유증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투수의 어깨는 분필과 같아 쓰면 쓸수록 닿는다는 논리다. 예전 프로야구를 지배하던 ‘단련론’을 많이 밀어낸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리그를 빛낸(?) 불펜 마당쇠들은 올해 어떤 성적을 냈을까.

지난해 불펜 소화이닝이 가장 많았던 선수는 권혁(한화)이다. 2015년부터 ‘혹사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2015년에 무려 112이닝 투구를 했다. 선수 자신은 “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기록은 그렇지 않았다. 이미 작년부터 이상조짐이 보인 권혁은 지난해에도 95⅓이닝을 던졌다. 순수 불펜 이닝이었다.
그런 권혁은 올해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팔꿈치에 자꾸 이상이 생겼다. 후유증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31⅓이닝은 2006년 이후 자신의 최소이닝. 성적도 1승3패11홀드 평균자책점 6.32에 그쳤다. 지난해 권혁의 평균자책점은 3.87이었다.
불펜에서 94이닝을 던진 송창식(한화)도 올해는 성적이 떨어졌다. 올해 63경기에서 73⅓이닝을 던졌고 몸에 아주 큰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4.98에서 올해 6.63으로 올랐다. 지난해 83⅔이닝을 던지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채병용(SK)은 구위 저하로 고전했다. 43경기에서 6승4패6홀드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은 6.84까지 뛰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4.30이었다.
83이닝을 던진 박정진은 원래부터 최고의 자기 관리로 정평이 나 있는 선수. 여기에 올해는 벤치에서도 적잖은 관리를 했다. 55경기에 나갔으나 소화이닝은 48이닝에 그쳤다. 지난해 박정진은 77경기에서 84이닝을 던져 경기당 소화이닝이 1이닝을 넘겼다. 그 덕인지 성적 저하는 막을 수 있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간 심수창(한화)은 지난해 113⅓이닝에서 올해 57이닝으로 이닝이 줄었다. 전체적으로 한화 마당쇠들의 소화이닝이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67경기에서 77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16의 좋은 활약을 선보였던 이정민(롯데)은 올해 2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40으로 상대적 부진했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70이닝 이상을 소화한 심창민(삼성)의 성적도 떨어졌다. 불펜 기준 70이닝 이상을 소화한 원종현(NC), 임정우(LG), 임창민(NC)도 지난해만한 구위는 아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부상도 있었거나 성적이 떨어졌다.
이처럼 불펜에서 7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의 올해 기록을 살펴보면 거의 대다수의 성적이 떨어지거나, 부상이 있었거나, 벤치 차원에서 이닝 관리가 들어갔다. 60이닝 이상으로 대상을 넓혀 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올해는 특정 불펜투수에게 이닝이 과도하게 쏠리는 경향은 줄어들었다는 게 기록에서 드러나지만, 그래도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올해 불펜에서 7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2년째 많은 이닝 소화에서도 좋은 모습을 과시한 김진성(NC·89⅔이닝)을 비롯, 김강률(두산·89이닝), 원종현(NC·80이닝), 김윤동(KIA·77⅓이닝), 이민호(NC·78⅓이닝), 심창민(삼성·75⅓이닝), 송창식(한화·73.1이닝), 이용찬(두산·71⅔이닝) 정도다. NC·두산 불펜투수들의 이름이 눈에 띄는 가운데 포스트시즌에서 더 던질 투수들도 있다. 이들을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각 팀 벤치들이 더 잘 알 법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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