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서는 작은 변수 하나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구장의 특성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가 맞붙는 올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무대는 NC의 홈인 창원 마산구장이다. 그리고 마산구장은 변화무쌍한 바람으로 무수한 변수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야구장 내에서도 바람의 방향이 제각각이다. 좌측과 우측으로 동시에 불 때도 있고, 야구장 내에서도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 야구장에 인접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영향이다. 지난해 마산구장에서 열린 포스트시즌에서도 이 바람은 경기 내용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LG와 NC의 플레이오프 1차전 7회초 0-0 상황에서 터진 LG 루이스 히메네스의 솔로포가 대표적이다. 당시 히메네스가 친 타구는 좌측 폴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는 듯 했지만 공중에서 바람을 타고 폴 안쪽 페어지역 관중석에 떨어지며 홈런이 됐다. NC가 결국 9회말 용덕한의 끝내기 안타로 3-2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플레이오프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던 홈런이 될 뻔 했다.
그만큼 마산구장의 바람은 단기전에서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1경기로 시리즈 자체가 마무리 될 수 있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특성상, 바람과 뜬공 타구에 대한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실책성 수비 하나가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다. NC와 SK 야수들 모두 수비시 바람의 방향을 파악해 낙구 지점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비 뿐만 아니라 투수들과 타자들 역시 뜬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만약 바람이 휘몰아칠 경우 투수들은 변수를 억제하기 위해 땅볼 유도의 피칭이 더욱 아웃카운트를 늘리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1차전 선발 투수인 SK 메릴 켈리는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1.62의 땅볼/뜬공 비율을 기록했다(1위 kt 돈 로치 1.90). 반면, NC의 1차전 선발 제프 맨쉽은 올해 1.01의 땅볼/뜬공 비율에 머물렀다. 확실한 땅볼 투수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
타자들 역시 바람의 방향을 포착해 어떤 타구를 생산해내느냐가 중요하다. 올해 ‘뜬공 혁명’을 통해 단일 시즌 팀 홈런 신기록(234개)을 세운 SK 타자들에게 이 바람은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타구에 바람을 실을 수만 있다면 최정, 제이미 로맥, 김동엽 등 거포들이 즐비한 타선의 위력은 배가될 수 있다. 올해 SK 타자들의 땅볼/뜬공 비율은 0.95로 뜬공의 비율이 훨씬 높은 타선이었다. 여기에 홈런/뜬공 비중도 0.28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NC 역시 나성범, 재비어 스크럭스, 이호준, 박석민 등의 거포들이 있다. 그러나 NC의 팀 홈런은 149개로 리그 6위였다. 땅볼/뜬공 비율도 1.01로 SK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홈런/뜬공의 비율도 0.17로 SK 타선보다 뜬공을 홈런으로 연결되는 비중이 적었다.
물론 이 바람이 타자들에게 도리어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외야에서 그라운드 안쪽으로 바람이 부는 상황이라면 뜬공보다는 빠르고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해내는 것이 득점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과연 마산구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바람의 신’은 어느 팀의 손을 들어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