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홀더 제로' 두산, 그래서 더 강하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04 05: 50

타이틀 홀더 미배출. 아쉽게 1위를 놓친 두산은 개인 타이틀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점이 두산의 강함을 상징한다.
2017 프로야구가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포스트시즌만을 남겨둔 상황. 정규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타이틀 홀더가 정해졌다. 두산은 KBO 공식 시상 기록에서 단 한 명의 1위도 배출하지 못했다.
KBO는 투수 6개, 야수 8개 부문에서 공식 시상을 한다. 우선 개인 타이틀 수상자의 화려한 면면부터 살펴보자. '투수의 꽃' 평균자책점 1위는 라이언 피어밴드(kt·3.04)가 차지했다. 다승은 양현종, 헥터 노에시(이상 KIA·20승)의 몫이 됐으며, 헥터는 승률(.800)까지 2관왕에 올랐다. 세이브는 손승락(롯데·37세이브), 홀드는 진해수(LG·24홀드)가 1위에 올랐고 탈삼진 부문에서는 메릴 켈리(SK·189탈삼진)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시즌 우승팀 KIA는 타격왕 김선빈(KIA·.370)을 시작으로 로저 버나디나(118득점), 최형우(출루율 .450)를 배출했다. 최정(SK)은 홈런(46홈런)과 장타율(.684) 1위를 맛봤다. 2년 연속 9위에 머무른 삼성은 다린 러프(124타점)와 박해민(40도루)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손아섭은 아쉽게 200안타 고지 등정에 실패했지만 193안타로 최다안타 1위에 등극했다.
정규시즌 2위 두산 선수들의 이름은 없다. 그러나 두산 선수들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순위표 상단을 차지했다. 올해도 꾸준했던 장원준은 평균자책점 2위(3.14)에 올랐다. 또한 장원준과 더스틴 니퍼트는 나란히 14승으로 다승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니퍼트는 161탈삼진으로 켈리에 이어 이 부문 2위. 이용찬도 22세이브로 구원 4위에 랭크됐다.
야수진도 마찬가지. 박건우는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손에 땀을 쥐는 타율 경쟁을 펼치며 김선빈에 이어 2위(.366)를 차지했다. 아울러 박건우는 베어스 첫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도루 부문 5위에도 함께 올랐다, 김재환은 홈런과(35홈런), 타점(115타점), 출루율(.429), 장타율(.603) 모두 3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타율만 살펴봐도 김재환과 닉 에반스, 박건우, 민병헌, 오재일, 최주환이 규정타석 3할을 넘겼다. 3할 타자 여섯 명은 올 시즌 KIA가 갈아치운 걸 제외하면 종전 최다의 기록이다.
시각을 바꾸면 다른 결과가 보인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로 살펴보면 전체 1위는 김재환(7.49), 2위는 박건우(7.03)다. 장원준(5.39) 역시 헥터에 이어 투수 부문 2위. 전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면 두산 선수들의 승리 기여가 어마어마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한 명에게 치우치지 않는 두산의 강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태형 감독은 후반기 놀라운 상승세의 주축을 묻는 질문에 "모두가 골고루 잘했다"라고 답했다. 단순히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실제로 두산 선수들은 한 명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귀신 같이 다른 자원들이 공백을 메꿨다. 올 시즌만 해도 마이클 보우덴, 김명신, 양의지, 민병헌, 김재호, 류지혁 등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두산은 흔들리지 않았다. 'TEAM 두산'의 힘을 느낄 수밖에 없다.
비록 타이틀 홀더 배출에는 실패했지만 두산이 강하다는 것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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