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LG 단장-감독 발표, 깔끔할 순 없었을까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10.04 06: 10

2017시즌 KBO리그 최종전이 열린 3일. 프로야구의 최대 이슈는 마지막 경기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IA도, 롯데-NC의 3위 전쟁도, 선수 생활 마지막 경기와 은퇴식을 맞이한 이승엽(삼성)도 아니었다. '가을야구'와 무관한 LG 구단이었다. 
LG는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최종전이 끝난 후 "양상문 단장, 류중일 감독"을 공식 발표했다.
LG 사령탑으로 3시즌 반을 지낸 양 감독은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서 단장으로 선이됐다. 통합 우승 4회로 삼성 왕조를 일궜던 류중일 감독은 차기 LG 감독으로 임명됐다. 최근 트렌드가 된 감독 출신의 단장, 능력과 명망이 있는 외부 인사 영입으로 새 틀을 짰다.

그러나 LG의 단장-감독 발표는 어수선하게 이뤄졌다. 깔끔한 일처리를 못한 LG 구단의 행태는 아쉬움을 줬다. 
3일 아침부터 ▲류중일 차기 감독의 내정 ▲양상문 감독의 단장 승격 소식이 잇따라 보도됐다. 이에 대한 취재진의 사실 확인에 LG 구단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첫 보도 후 2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LG 구단은 취재진에게 "류중일 감독과 만남을 가진 건 사실이나 최종 결정된 건 없다. 시즌이 진행 중이니 시즌 종료 후 말씀드리겠다"는 문자로 대신했다.
그리고 롯데와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오전 10시에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한 LG 구단은 불과 8시간 만에 '양상문 단장-류중일 감독'을 공식 발표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격이었다.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였고, KBO리그 치열한 순위 경쟁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쳤다. LG 구단은 3일 KBO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감독, 단장의 거취 변화가 보도되면서 우왕좌왕했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LG는 3일 부산에서 롯데와 최종전을 벌였다. 같은 시각, NC는 대전에서 한화와 최종전이었다. 롯데와 NC는 나란히 79승 2무 62패로 정규시즌 마지막 144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최종전 승패에 따라 3~4위 주인공이 가려진다.
LG는 이미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상황. LG 구단 프런트와 현장의 수장이 바뀌는 것은 소속 선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선수들 경기력에 좋을 일은 아니다. LG 관계자는 "NC쪽에 미안하게 됐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에 이미 탈락한 LG는 양 감독의 재계약 여부 혹은 차기 감독 임명이 최대 관심사였다. LG는 완벽한 비밀을 자신했는지는 모르지만, 시즌이 끝나고 발표할 계획이었다면 최종전 후 신임 감독과 접촉해도 늦지 않을 일이다. 계약이 끝난 양상문 감독을 단장으로 선임한 뒤, 새 감독(류중일 감독)과 만나 계약해도 될 일이었다.
OSEN 취재 결과, LG측과 류중일 감독은 이미 지난 1일 서울에서 만나 감독 계약에 합의했다. 그러고나서 LG는 공식 발표를 4~5일로 잡고 있었다. 
송구홍 전 단장은 지난 2일 LG 감독 거취를 묻는 기자에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양상문 감독에게 예의가 아니다. 시즌이 끝난 후 구단 내부적으로 상의할 것이다. 아직 정해진 것(재계약 여부, 새 감독 영입)은 없다"고 말했다.
불과 하루 뒤 새 단장과 감독이 알려졌고, LG의 일처리는 순위 경쟁 중인 상대팀에게도 예의를 저버렸다. 정규시즌 최종전이 열린 3일, LG의 2017시즌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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