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단판승부와 같았던 최종전. KIA의 우승을 확정지은 것은 이명기의 연이은 장타였다.
KIA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t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최종전을 10-2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헥터 노에시는 7이닝 2실점 역투로 팀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타선에서 빛난 건 이명기였다. 이명기는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이명기는 첫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는 예열과정에 불과했다. 이명기는 3회부터 숨겨졌던 장타 본능을 마음껏 뽐냈다. KIA는 3회 선두 김민식의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김선빈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만들어졌다. 타격 1위 김선빈에게 번트를 댔다는 점은, 김선빈의 최근 슬럼프도 감안했지만 이명기를 향한 벤치의 믿음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명기는 기대에 부응했다. 이명기는 볼카운트 2B-2S에서 주권의 5구 속구(141km)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선제 투런포. 비거리 115m. 시즌 9호 아치였다.
이명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IA는 3회 1실점하며 한 점 차로 쫓겼다. 4회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선두 안치홍의 2루타와 나지완의 볼넷, 김민식의 번트 안타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김민식의 번트 타구가 3루수와 포수, 투수 사이로 절묘하게 구르며 행운이 따르는 듯했다.
하지만 김선빈이 3루수 인필드플라이로 아웃되며 찬물을 뿌렸다. 이어 안치홍이 3루에서 오버런하며 주루사. 무사 만루가 순식간에 2사 1·2루로 둔갑했다. 한 점 차 상황에서 리드를 장담할 수 없었다.
여기서 이명기가 다시 진가를 발휘했다. 이명기는 kt 두 번째 투수 류희운 상대로 좌측 담장 원바운드로 때리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3루주자가 홈을 밟으며 KIA가 3-1까지 달아났다. KIA는 이어 김주찬의 2루타로 김민식과 이명기마저 홈을 밟았다. 스코어 5-1. 사실상 분위기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KIA와 두산은 이날 전까지 1경기 차 살얼음판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만일 이날 KIA가 패하고 두산이 승리했다면 정규시즌 우승은 두산에게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마치 단판승부와 같았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이명기의 장타가 분위기를 바꾼 것이다.
이명기는 시즌 시작을 SK에서 맞았다. 그러나 개막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KIA로 트레이드됐다. 이명기는 KIA 리드오프로 연착륙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명기가 발목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KIA가 울상지었을 만큼 존재감이 상당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빛난 이명기. 그가 터뜨린 축포는 이날 kt위즈파크 3루를 가득 메운 KIA 팬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ing@osen.co.kr
[사진] 수원=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