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우승] '개천절 단군 설화' 뒤집은 KIA, 인내로 지킨 우승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03 17: 18

단군 설화가 뒤집혔다. 호랑이가 쑥과 마늘을 더 오래 버티며 마침내 우승팀으로 거듭났다.
KIA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t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최종전을 10-2 완승으로 장식했다. KIA는 이날 승리로 시즌 87승56패1무, 승률 6할8리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다. 2위 두산과 SK의 경기 결과와 관계 없는 자력 우승이었다.
줄곧 선두를 유지했던 KIA였지만 그 레이스가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KIA는 KIA는 4월 12일 잠실 두산전 승리로 롯데, kt와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4월 14일 광주 넥센전까지 쓸어담으며 공동 선두. 이때부터 줄곧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차례 선두 자리 빼앗길 위기가 있었다. 시작은 6월말이었다. KIA는 6월말 NC의 상승세에 3경기 차까지 쫓겼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산으로 향했으나 결과는 충격의 스윕패였다. 특히 3연전 마지막 날인 25일 경기에서는 6-5로 앞선 8회 나성범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경기를 내줬다. 이날 패배로 KIA는 NC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허락해야 했다. 그러나 NC는 이후 2연승 뒤 5연패에 빠지며 한풀 꺾였다. 그 사이 KIA는 다시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 다음 위기는 두 달 뒤인 8월말이었다. 후반기 놀라운 상승세의 두산은 KIA에 2.5경기 뒤진 2위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8월 31일과 9월 1일 두 팀의 광주 맞대결. 이 2연전 결과에 따라 KIA와 두산의 승차는 0.5경기까지 좁혀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KIA는 두산에 스윕승을 거두며 한숨 돌렸다.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발단은 9월초. KIA는 두산 2연전 포함 5연승을 거두며 신바람을 냈다. 그러나 9월 3일 고척 넥센전이 문제였다. 당시 KIA는 타선의 든든한 공세에 힘입어 9회까지 7-1로 앞서고 있었다. 남은 아웃카운트 세 개만 5실점까지 막아서더라도 6연승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9회에만 6점을 내줬다. 고척 참사로 불린 경기였다. 이때부터 다시 4연패. 6연승으로 벌어뒀던 승패 마진 대부분을 날렸다.
결국 두산에게 꼬리를 내어줬다. 두산은 9월 24일 잠실 kt전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파죽의 6연승으로 시즌 82승 고지에 올라섰다. 반면, KIA는 같은날 한화에 0-5로 완패했다. 역시 시즌 82승. 두산이 개막전 이후 177일 만에 공동 선두 자리를 탈환한 순간이었다.
이후 KIA가 LG를 잡은 반면 두산이 kt에 패하며 KIA가 '공동' 대신 '단독'으로 선두 앞에 붙은 별칭을 바꿨다. 하지만 막판까지 순위 싸움은 요동쳤다. 시즌 마지막 3연전을 앞둔 시점까지 KIA가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할 가능성은 남아있었다. KIA는 1일부터 사흘간 수원 kt 원정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만일 이 중 두 경기를 승리하면 두산의 결과와 상관 없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1일 그 첫 경기를 2-20 완패로 무릎꿇었다. kt의 창단 후 한 경기 최다 안타-득점 기록이 이날 나왔다. 예상치 못한 충격의 대패였다.
그럼에도 KIA는 흔들리지 않았다. 2일, 양현종의 20승이 확정되며 한숨 돌린 뒤 3일 경기마저 잡았다. 숱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은 KIA. 이제 시선은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공교롭게도 최종전이 열린 10월 3일은 개천절이었다. 하늘이 열린 날. 단군 설화에 따르면 사람이 되고자 했던 호랑이와 곰은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으며 버텼다. 인내심이 부족했던 호랑이는 곰보다 먼저 뛰쳐나와 사람이 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설화는 설화일 뿐이었다. 인내심 가득했던 KIA가 개천절, 우승을 확정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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