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양상문 감독도 'LG 감독 잔혹사'를 비껴 가지 못했다.
재임 기간 중 2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양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에 탈락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1990년 LG 트윈스가 KBO리그에 참가한 후 28년 동안 11명의 감독들이 역임했다.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은 단 2명, 2000년 이후로는 한 명도 없다. 중도 퇴진된 감독만 8명이었다. '독이 든 성배'가 따로 없다.
LG그룹은 1989년 11월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로 새 출발을 하면서 백인천 초대 감독을 영입했다. 9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다음해 6위로 부진하자 재계약은 없었다.
후임 이광환 감독은 1994년 '신바람 야구'로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덕분에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1995시즌, 8월말까지 6경기 차이로 앞선 OB에 시즌 최종전에서 1위 자리를 내줬고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실패했다. 1996년 7위로 부진하자, 7월말 경질됐다.
천보성 감독은 감독대행을 거쳐 1997시즌 정식 감독이 됐다. 97년과 98년 연거푸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서 준우승하며 2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1999년 6위에 그치자 그 해 겨울 경질됐다.
40대 초반 감독으로 야심차게 2000년 LG 사령탑에 오른 이광은 감독은 한 시즌 반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고, 이후 김성근 감독과 이광환 감독은 1년만 팀을 지휘하고 물러났다.
2004시즌 3년 계약을 맺은 이순철 감독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6시즌 6월 성적 부진으로 사퇴했다. 현대 사령탑 시절 우승 4회에 빛나는 김재박 감독은 2007~09년 5위-8위-7위의 성적으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로 김재박 감독은 지금까지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2010시즌을 앞두고 박종훈 감독(현재 한화 단장)과 5년 장기 계약을 맺었지만, 2년 연속 6위에 그치고 팀 운영에 잡음이 생기자 2년 만에 사퇴했다.
2012시즌부터 LG를 지휘한 김기태 감독(현재 KIA 감독)은 2013년 'LG 암흑기'를 끝내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4월 팀이 9위로 추락하자 자진 사퇴했다.
김기태 감독이 떠난 뒤, 양상문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기적처럼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진출시켰다. 지난해 4위로 또다시 가을야구에 성공하는 등 재임 기간 중 2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이처럼 LG 감독사를 보면 한 시즌 성적이 추락하면 한국시리즈 우승 후광도 오래가지 않는다. 계약 초기에 좋은 성적을 내도, 마지막 해 성적이 나쁘면 그걸로 끝이다. 양상문 감독은 성적과 리빌딩을 잘 풀어간 것으로 평가 받는다. 2000년대 LG 감독들 중에서 양상문 감독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 '독이 든 성배' LG 감독의 잔혹사
감독 재임 기간 성적
1. 백인천 1989. 11.7-1991.10.7 1위-6위
2. 이광환 1991.10.8-1996.7.23 7위-4위-1위-3위-중도 퇴진
*천보성 감독 대행 (1996.7.24-1996.10.30)
3. 천보성 1996.11.1-1999.12.5 2위-2위-6위-중도 퇴진
4. 이광은 1999.12.6-2001.5.15 4위-중도 퇴진
*김성근 감독 대행 (2001.5.16-2001.10.4)
5. 김성근 2001.10.5-2002.11.23 2위-중도 퇴진
6. 이광환 2002.12.2-2003.10.9 6위-중도 퇴진
7. 이순철 2003.10.22-2006.6.5 6위-6위-중도 퇴진
*양승호 감독 대행 (2006.6.6-2006.10.2)
8. 김재박 2006.10.20-2009.9.26 5위-8위-7위
9. 박종훈 2009.10.12-2011.10.6 6위-6위-중도 퇴진
10. 김기태 2011.10.7-2014.5.12 7위-3위-중도 퇴진
11. 양상문 2014.5.13-2017.10.3 4위-9위-4위-?
#양상문 감독은 올해 최종전 승패에 따라 6위 또는 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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