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우리 편인 것 같다".
이제 정말 끝까지 왔다. 선두 KIA와 2위 두산의 길고 길었던 추격전에 마침표가 찍히는 날이다. 대장정 마무리경우의 수는 간단하다. KIA가 패하지만 않으면 자력 우승을 확정짓는다. KIA가 패할 경우 두산이 SK를 꺾으면 대역전 우승이다. 하늘이 열린 날, 우승팀은 누구에게 점지했을까. 그 답은 '에이스' 헥터 노에시와 더스틴 니퍼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KIA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와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3연전 앞선 두 경기는 1승씩 주고받은 상황. 만일 2승을 거둔 상황이라면 이미 자력 우승을 확정한 채 편하게 최종전을 준비했겠지만, 첫 경기 패배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물론 KIA로서는 2일 경기 양현종의 호투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안도할 상황이다.
양현종은 시즌 최다 120구를 던지는 투혼으로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양현종은 "하늘이 우리 편인 것 같다"라며 빙긋 웃었다. 이어 그는 "1일 경기 승리 후 오늘 20승을 완성했으면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도 동시에 이뤄졌을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내일 헥터 노에시가 나간다. 편하게 응원하겠다"라고 밝혔다. 팀 동료인 헥터에 대한 든든함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헥터는 올 시즌 29경기에 선발등판해 194⅔이닝을 소화하며 19승5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6⅔이닝을 책임지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직전 등판인 28일 대전 한화전서도 8이닝 4실점(2자책)으로 시즌 19승을 따낸 바 있다. 팀 우승에 개인 20승까지 걸려있다. 팀으로서도, 헥터 본인으로서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kt가 내세우는 주권이 유달리 KIA 상대로 껄끄러웠던 만큼, 헥터의 호투가 절실하다.
두산의 선택은 더스틴 니퍼트다. 니퍼트는 올 시즌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9경기에 등판해 173⅔이닝을 던지며 14승8패,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 중이다. 8월까지는 무난한 페이스를 유지했지만 9월 4경기서 19⅓이닝을 소화하며 자책점만 21점에 달한다. 1승1패, 평균자책점은 9.78. 확실히 니퍼트의 위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숫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니퍼트를 배려해 열흘의 등판간격을 보장했다. 9월 17일 대구 삼성전 이후 27일 수원 kt전에 등판했다. 니퍼트는 1회에만 3점을 내주며 고전했지만 이후 남은 5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패전을 떠안긴 했어도 좋을 때 모습이 조금씩 나오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kt를 상대하는 KIA보다 SK를 상대하는 두산이 조금 더 부담스럽다. SK는 가을야구 막차를 타며 5위를 확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시즌 최종전에 후보들을 잔뜩 내세울 수는 없다. 가뜩이나 우천 연기가 적어 최근 휴식을 취해왔던 SK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의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 문승원이 선발등판. 니퍼트는 '홈런 군단' SK와 그대로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다. 선발진의 끝은 결국 에이스다. KIA와 두산을 상징하는 투수들이 정규시즌 최종전 방점을 찍기 위해 나선다. 과연 미소짓는 팀은 어느 쪽일까. 10월3일 오후 5시 즈음이면 그 주인공이 가려질 전망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