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KIA)이 22년만의 토종 선발 20승 고지에 올라섰다. KBO리그의 새역사가 양현종 손에 씌였다.
양현종은 2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t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15차전에 선발등판, 5⅔이닝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직전 등판인 26일 광주 LG전서 시즌 19승(6패)째를 챙긴 양현종이 마침내 2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양현종은 최고구속 148km에 달하는 속구(65구)를 축으로 체인지업(25구), 슬라이더(20구), 커브(10구)를 섞어던졌다. 4회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며 2실점했지만 모두 양현종의 비자책점이었다. 나머지 이닝에는 실점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했다.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 멜 로하스 타석에서 기우뚱하며 트레이너가 마운드에 향했지만 양현종은 거뜬했다. 이날 양현종은 120구를 던졌다. 올 시즌 최다 투구수였다. 팀이나 양현종 모두 승리가 절실했던 순간. 투혼을 발휘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양현종의 얼굴은 여전히 침착했다. 양현종은 "어제 팀이 이겨서 오늘 내 20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이 동시 달성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내일 선발투수는 헥터 노에시다.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응원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사실 이날 양현종의 컨디션은 베스트까진 아니었다. 양현종은 "온 힘을 다해 던졌다. 올 시즌 이렇게까지 힘든 적이 없었다. 솔직히 정말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다른 경기에서는 '나 할 것만 하자'라는 마인드라면, 이날은 반드시 내가 잘 던지고 싶었다. 야수들과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따낸 20승. 스스로에게 20승은 어떤 의미일까. 양현종은 "내가 20승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현실로 다가온 게 신기하다. 사실 꿈만 같은 수치 아닌가. 하지만 꼭 하고 싶었다. 꿈이지만 도전하고 싶었다는 의미다. 시즌 중반부터는 '이렇게 된 거 20승 달성하자'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KIA는 8회 위기에서 김호령의 호수비로 위기를 탈출했다. 이때 중계화면에는 미소짓는 양현종의 얼굴이 잡혔다. 그는 이에 대해 "하늘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안타라고 생각했다. (김)호령이가 잘해준 것도 있지만 하늘이 우리 편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양현종은 끝으로 가족을 떠올렸다. 그는 "가족, 특히 아내에게 고맙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원정을 오래 나와있다. 미안한 마음 뿐이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
[사진] 수원=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