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토종 선발 20승' 22년 걸린 대업, 양현종이 해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02 17: 25

한국야구는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 21년간 토종 선발 20승 투수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22년이 걸린 대업은 양현종(KIA) 손에서 완성됐다.
KIA는 2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t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15차전을 5-3으로 승리했다. 안치홍이 연타석 투런포로 4타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가장 빛난 건 선발투수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5⅔이닝 6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직전 등판인 26일 광주 LG전서 시즌 19승(6패)째를 챙긴 양현종이 마침내 20승 투수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는 양현종과 KIA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KIA는 전날(1일) 패배로 2위 두산에 0.5경기 차까지 쫓겼다. 남은 두 경기서 2패를 당하면 두산의 남은 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2위로 내려앉는 상황이었다. 3일 최종전에서 복잡한 셈법을 따지지 않기 위해서는 양현종이 등판하는 2일 경기 승리가 필수였다. 양현종 본인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비록 본인은 늘 "20승보다 팀 승리가 더 의미 있다"라고 밝혔지만 생애 처음으로 찾아온 대업의 기회를 마다할 리 없었다.
양현종은 1회부터 특유의 속구를 앞세워 kt 타선을 공략했다. 이날 양현종은 최고구속 148km에 달하는 속구(65구)를 축으로 체인지업(25구), 슬라이더(20구), 커브(10구)를 섞어던졌다. 4회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며 2실점했지만 모두 양현종의 비자책점이었다. 나머지 이닝에는 실점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했다.
양현종에 뒤이어 등판한 불펜진은 3⅓이닝 1실점으로 양현종의 승리를 지켰다. 그렇게 양현종의 대기록은 완성됐다.
선발투수의 20승은 지난 3년간 두 차례나 나왔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22승) 이후 6년간 명맥이 끊겼으나 2014년 앤디 밴헤켄(20승), 2016년 더스틴 니퍼트(22승)가 징검다리로 20승을 완성했다. 그러나 국내 선수 가운데 20승을 넘긴 투수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1995년 이상훈(20승)이 마지막이었다.
'투수 왕국' 타이거즈 프랜차이즈로 범위를 좁혀도 20승 투수는 드물다. 선동렬(1986년 24승, 1989년 21승, 1990년 22승)과 이상윤(1983년 20승) 등 네 차례가 전부였다. 이 중 선발승으로만 20승 고지를 넘어선 건 아무도 없었다.
그 어려운 걸 양현종이 해냈다. 양현종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듯했지만 KIA와 1년 계약을 맺고 남았다. 올 시즌 팀의 우승에 기여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리고 양현종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등판해 KIA의 선두 수성에 힘을 보탰다. KIA가 연승 가도를 달릴 때도, 주춤하며 선두 유지에 빨간불이 켜질 때도 양현종은 늘 그랬듯 마운드에 올라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졌다.
이제 양현종은 타이거즈를 넘어 KBO리그의 역사다. /ing@osen.co.kr
[사진] 수원=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 역대 선발 20승 투수 명단(괄호는 선발승)
1983년 장명부(삼미) - 60경기 30승(28승) 1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4
1985년 김시진(삼성) - 47경기 25승(21승) 5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0
1985년 김일융(삼성) - 34경기 25승(20승) 6패. 평균자책점 2.79
1987년 김시진(삼성) - 33경기 23승(21승) 6패. 평균자책점 3.12
1995년 이상훈(LG) - 30경기 20승(20승) 5패. 평균자책점 2.01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 - 33경기 22승(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
2014년 앤디 밴헤켄(넥센) - 31경기 20승(20승) 6패. 평균자책점 3.51
2016년 더스틴 니퍼트(두산) - 28경기 22승(21승) 3패. 평균자책점 2.95
2017년 양현종(KIA) - 31경기 20승(20승) 6패. 평균자책점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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