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의 연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명불허전'이다. 이번엔 깨방정 조선의 명의 허임으로 인생 캐릭터를 하나 더 추가했다.
사실 이전까지 김남길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2009년 MBC '선덕여왕' 속 비담이었다. 선덕여왕 이요원과 미실 고현정 사이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안방 시청자들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빼어난 무술 실력으로 안방에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고 선덕여왕을 향한 순애보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죽기 직전 "덕만까지 50보"라며 손을 뻗고 피를 흘리며 걸어가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김남길은 아직 배고프다고 했다. 앞서 tvN '명불허전' 종영 전 가진 일문일답에서 그는 "아직은 인생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다. 연기하면서 소홀하면 안 된다는 각오와 심정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다르다. 비담에 이어 8년 만에 김남길의 인생 캐릭터가 추가됐다는 목소리들이다. 오랜만에 안방 극장에 돌아와 매력 부자 허임을 소화한 배우가 김남길이기에 '명불허전'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남길은 허임을 입고 마음껏 뛰놀았다. 경박하게 뛰어다니며 웃다가도 환자들에겐 누구보다 참 된 의사로 변했다. 기생들과 흥청망청 놀다가도 대침 앞에선 진정한 침의로 진심을 다한 그였다.
죽음의 순간 2017년의 서울로 타임슬립한 뒤에는 허임의 깨방정 매력이 배가했다. 회전문을 무한 돌며 신기해했고 아파트 단지에서 이리오너라를 외치며 엉뚱하게 굴었지만 이발하고 슈트를 입은 허임은 또 달랐다.
최연경(김아중 분)과 로맨스도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어깨 너머 배운 신조어를 쓰거나 껌딱지처럼 연경에게 달라 붙어 있는 허임은 매력적이었다. 시공간을 뛰어넘은 둘의 러브 스토리는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겼다.
가벼움과 무게감, 진중함과 유쾌함을 모두 가진 김남길이 허임이기에 가능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tvN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