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경쟁을 위해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경기에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실점이 나왔다. KIA 마운드는 이 충격파에서 금세 헤어날 수 있을까.
KIA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t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14차전을 2-20으로 완패했다. 2회 무사 만루에서 선취점을 뽑았으나 곧바로 석 점을 헌납하며 1-3 리드를 빼앗겼다. 이어 7회에는 타자일순으로 12실점하며 따라갈 힘을 상실했다.
KIA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였다. 물론 최근 안 중요한 경기가 없었다지만, 우승 확정을 위해서는 승리가 절실했다. 이날 전까지 선두 KIA는 2위 두산에 1.5경기 앞서고 있었다. 매직넘버는 2. 남은 세 경기서 2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kt 3연전 첫 경기부터 분위기를 다잡아야 했다.
선발투수 임기영이 무너진 것부터 계산이 어긋났다. 임기영은 이날 전까지 22경기(18경기 선발)에 등판해 115⅓이닝을 소화하며 8승5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했다. 후반기 고전으로 1군 말소됐으나 복귀 후 4경기서 평균자책점 3점대로 준수했다. 그러나 이날 3이닝 9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임기영이 마운드를 내려갔을 때 스코어는 1-5. 남은 5이닝 동안 넉 점이면 KIA가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차이였다. 이를 위해서는 마운드가 버텨주며 공격 기회를 모색해야 했다. 그러나 KIA 마운드는 너나할 것 없이 kt 타선에게 철저히 공략당했다.
임기영 직후 등판한 김윤동과 이민우는 제 역할을 다했다. 김윤동은 임기영의 승계주자를 실점하며 한 점 허용했지만 추가 실점을 억제했다. 5회 등판한 이민우도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kt 타선의 기세를 눌렀다.
그러나 6회부터 흐름이 요동쳤다. 심동섭이 마운드에 올랐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1피안타를 기록했다. 뒤이어 홍건희(⅔이닝 2실점)-남재현(⅓이닝 6실점)-박진태(⅔이닝 6실점)가 차례로 등판해 나란히 고전했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정용운이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그러나 이미 스코어는 2-20으로 벌어진 뒤였다.
20실점은 올 시즌 KIA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이다. 종전 기록은 7월 5일 문학 SK전. 당시 '역대급 혈투'를 펼쳤던 KIA는 17-18로 패한 바 있다. 아울러 7회 내준 12점은 한 이닝 최다 실점 기록이기도 했다.
물론 이날 패배에 이유를 찾을 수는 있다. 이날 등판한 선수 가운데 냉정히 말해 필승조로 분류할 선수는 심동섭과 김윤동이 전부다. 특히 7회 악몽 같은 12실점을 만든 남재현과 박진태는 냉정히 말해 추격조로 분류되는 선수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실점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최다 실점 충격파를 온몸으로 받는 건 이날 마운드에 올라 실점한 투수들이다. 제아무리 필승조가 아니라 해도 포스트시즌에서 일정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의 자신감 회복 없이는 KIA의 계산도 어긋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2일과 3일, '에이스'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가 차례로 등판한다는 점이다. KIA로서는 이들이 흔들림 없는 편안함을 안겨주며 1일 충격패의 잔상을 지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KIA의 우승 레이스가 정말 마지막까지 왔다. 여전히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 마운드 반등 없이는 미소 지을 수 없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