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외국인 선수들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팀의 고민거리였다.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1명의 선수가 교체됐고, 나머지 선수들도 예상외의 부진으로 코칭스태프를 고민에 빠뜨렸다.
동양 생활에 전혀 적응하지 못한 파커 마켈을 대신해 닉 에디튼을 데려왔지만 예상대로 해결책은 아니었다. 장점도 있는 선수였지만, 단점이 더 커 보였다. 결국 15경기에서 2승7패 평균자책점 5.91의 성적을 낸 뒤 퇴출됐다. 아주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최소한의 기대만도 못했다.
여기에 에이스였던 브룩스 레일리와 내야 외국인 선수인 앤디 번즈도 부진했다. 믿었던 레일리의 부진은 큰 악재였다. 이미 한국 무대에서 검증된 선수인 레일리는 5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 6월 4경기에서는 6.23으로 부진했다. 롯데가 전반기 한때 고전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번즈도 뛰어난 수비력과는 별개로 정확도가 떨어졌다. 4월 한 달은 고생을 많이 했다. 포지션상 공격에 큰 기대를 건 것은 아니었지만 공격 생산력이 국내 선수보다도 못했다.
하지만 7월부터는 외국인 선수 세 명이 완벽히 제 몫을 했다. 이는 롯데가 치고 나가는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레일리는 한 차례 2군행을 경험한 뒤 제 구위를 찾았다. 부족했던 점을 고치고, 심신을 가다듬으면서 예전의 위용을 되찾았다.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며 오히려 한창 좋을 때보다 더 위력적인 성적을 내기도 했다. 레일리는 7월 이후 14경기에서 8승을 거두면서 단 한 번의 패전도 없다. 평균자책점 2.71은 리그 최고 성적이다.
애디튼을 퇴출하고 다시 데려온 조쉬 린드블럼도 힘을 냈다. 초반에는 몸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해 활용이 제한됐지만 그 후로는 힘을 냈다. 한국무대 적응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던 린드블럼은 12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72로 활약했다. 넥센과의 2경기에서 부진해 평균자책점이 많이 올랐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예전의 든든한 모습을 과시했다.
번즈는 백조로 거듭났다. 5월 이후 타율은 3할2푼, OPS는 0.894로 좋아졌다. 12개의 홈런을 보탰고, 결승타도 많았다. 수비는 듣던 대로 메이저리그급이었다. 2루수라는 포지션 제약을 고려하면 팀의 기대치를 거의 완벽하게 채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외국인 선수들의 반등이 팀의 3위 질주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조 감독은 “레일리가 2군에 다녀온 뒤 좋은 활약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팀 마운드에 좋은 영향을 많이 준 것 같다”면서 “린드블럼도 초반에 투구수 조절 시기를 지난 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외국인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다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더 큰 경기가 남아있다. 세 선수의 어깨에 걸리는 기대치는 어마어마하다. 레일리와 린드블럼은 원투펀치로 팀의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이끌어야 한다. 토종 에이스인 박세웅이 다소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을 고려하면 두 선수의 임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번즈는 내야 수비의 핵심이자, 하위타선의 뇌관 몫을 해야 한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마지막까지 좋은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