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명문' 수원 '숨은 레전드'에 쏟아진 '무차별 비난'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10.02 05: 20

"다른 팀도 아니고 수원이라면 참을 수 없다".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K리그 2017 32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라커룸에 들어오며 불같이 화를 냈다. 어린 수원팬이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최 감독에게 조롱과 함께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등 심한 비난이 나왔기 때문이다. 불편함 심기를 참지 못한 최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이 품고 있던 모든 소회를 쏟아내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수원에서 7년간 지도자로 몸담았다. 지도자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는 해 1월 13일에 집에 가라는 통보를 받았던 곳"이라면서 "축구계에 남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했던 상황이다. 다시 K리그에 돌아와서 감독이 된다면 수원하고 경기는 무조건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전북에 와보니 5년 동안 승리를 하지 못했다. 그 후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최 감독은 "세월이 흐른 상태다. 많은 시간 동안 수원이라는 팀에 대해서 애증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 연민을 갖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말 안타깝다. K리그를 수원이 리딩하기를 바랐다. 외국인 선수까지 제스처를 펼친 것에 대해 정말 안타깝다. 팀에 대한 애정을 가진 나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원정팀 감독이 욕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뒤에서 조롱하는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 다른 팀이라면 모를까 수원이라면 참을 수 없다. 나와 함께 생활했던 부단장님까지 감독이 한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더이상 그런 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최강희 감독은 수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선수 은퇴 후 독일에서 연수를 받던 최 감독은 김호 전 감독의 부름을 받고 1996년 수원 삼성의 창단과 함께 트레이너로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1998년에는 코치로 승격됐고 김호 감독을 보좌하며 수원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 수원은 신생팀 답지 않은 강력한 전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K리그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데니스, 고종수 등을 앞세워 K리그 최고팀으로 올라섰다. 그 이면에는 김호 감독과 함께 노력한 최강희 감독의 공로도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북 부임 초기 팬들의 홈 팬들의 불만섞인 욕설에도 "내려와서 이야기하자"라며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미 경기 중 상대 선수가 전북 선수단을 자극하는 제스처를 하며 화가 난 상태였고 경기를 빠져 나가는 도중 욕설과 비난을 듣자 더이상 참지 못했던 것.
물론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원정팀 감독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또 상대팀 감독이기 때문에 불만 표출도 가능하다. 그 부분은 최강희 감독도 인정한 상황. 하지만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최 감독을 향한 욕설은 도를 넘어선 모습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수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것은 애정도 강하기 때문이다. 수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적극적인 투자가 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최 감독은 전북을 수원처럼 명문구단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애증과 애정이 가득한 곳이 수원이다. 그러나 자신이 노력한 부분까지 알아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고 비난을 위한 비난을 퍼부은 것에 대해 최 감독은 아쉬움 보다 답답함이 컸던 모습이다.
이번 일도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축구팬들은 서로 경기장에서 응원을 하며 욕설을 자제하자는 마음을 전하며 분위기 바꾸기에 노력하고 있다. 상대 감독에 대한 도발은 가능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도를 넘은 욕설은 분명 자제되야 하고 지양해야 한다. / 10bird@osen.co.kr
[사진] 수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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