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기간, PO 2회' 양상문 감독, 실패는 아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10.02 06: 00

 LG 트윈스가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채 2017시즌을 마치게 됐다. 2년 만에 가을야구 탈락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난다. 구단은 시즌이 끝난 후 모든 가능성을 두고 심사숙고 할 것이다. 양상문 감독은 과연 LG에서 실패했을까.
양상문 감독은 2014년 5월 시즌 도중 LG와 3년 6개월 계약을 맺었다. 재임기간 3년 반 동안 2 차례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2015년과 올해는 포스트시즌 탈락이지만 LG의 전력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3년 반 동안 플레이오프 2회 진출은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하기에 모자라지 않는다.

LG 사령탑을 맡은 2014년 5월 11일, 팀은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2013년 '10년 암흑기'를 끝내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는 2014시즌 초반 9위로 추락했다. 김기태 전임 감독이 전격 사퇴, 팀은 혼란에 빠졌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사령탑에 오른 양 감독은 9년 간의 현장 공백을 깨고 LG를 빠르게 정상화시켰다. 5할 승률에서 -16패까지 내려갔던 팀을 정규시즌 4위까지 끌어올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NC를 꺾고, 플레이오프에선 투타 강력한 전력의 넥센에 패했다.
2015년 시즌 초반에 류제국, 우규민 두 선발의 부상 재활로 100% 전력에서 시즌을 출발하지 못했다. 외국인 농사도 실패,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한편으론 팀 체질 개선, 리빌딩을 시작한 시즌이었다.
지난해 투수진을 바탕으로 젊은 타자들의 리빌딩을 본격화했다. 시즌 중반까지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기 투타가 조화를 이루며 8위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2014년과 비슷하게 5할 승률에서 -14패까지 떨어졌지만, 후반기 9연승을 발판으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차지했다. 젊은 타자들인 채은성, 이천웅, 양석환, 유강남 등이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KIA), 준플레이오프(넥센)에서 승리했고, 플레이오프에서 NC에 패했다.
지난 겨울 FA 투수 차우찬을 영입해 마운드를 강화시켰다. 경험이 적은 타자들이 계속 성장하기 위한 토대는 탄탄한 투수력이다. 전반기 6위로 마쳤지만, 8월까지는 괜찮았다. 9월 이후 타선 침묵과 불펜 불안이 겹치면서 추락했다.
사실 올해 부상 등 불운이 많았다. 마무리 임정우가 2월 어깨 부상을 당했고, 당초 5~6월 예상했던 복귀 시기를 넘겨 8월말에서야 1군에 올라왔다. 에이스 허프는 4월에 6주(무릎 인대), 7월에 4주(햄스트링)의 부상 공백이 있었다. 총 10주다.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는 6월초 발목 인대 부상을 당했고, 재활이 더뎌 결국 퇴출됐다. 7월말 대체 용병 제임스 로니는 한 달만 뛰고 8월말 미국으로 돌아가버렸다. 2군행 지시에 반발, 무단이탈 해프닝이었다.
감독의 능력이 미칠 수 없는 영역이다. 위에 언급된 4가지 악재 중 하나만 없었더라도 LG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팀을 이끄는 감독의 책임은 일정 부분 있다. 그러나 결국 승패는 그라운드 안의 선수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올해 포스트시즌 탈락의 과오보다는 지난 3년 반 동안 LG를 이끌면서 거둔 성과가 더 클 것이다.
구단 프런트와 함께 방향을 정한 리빌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양상문 감독의 팀 운영 철학이 녹아 든 리빌딩이다. 올해 최소 5강은 할 수 있는 전력이었고, 기회는 있었지만 막판 집중력이 부족했다. 젊은 타자들의 성장이 뒷걸음질치면서 타선의 역대 최고로 답답했다. 
LG의 구단 특성상 성적에 민감하다. 1년 전의 성적이 좋다고 해도 올해 성적이 나쁘면 지난 공적은 쉽게 잊는다. 모기업이 있는 야구단 감독의 거취는 그룹에서 최종 결정한다. 야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고,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말이 많기 마련이다.
LG 감독의 거취는 올해 포스트시즌 탈락만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일련의 팀 리빌딩, 향후 LG가 나아갈 방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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