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즌 마지막까지 왔다. 지난 5월23일 김성근 전 감독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은 한화 이상군(54) 감독대행의 임무도 거의 끝나간다.
1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이상군 감독대행은 팀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한화는 최근 서산전용연습구장 시설 확충 투자를 발표했고, 이날 두산전을 앞두곤 퓨처스팀 유망주들을 위해 '퓨처이글스데이'도 마련했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팀의 미래들이다. 서산구장도 확충된다고 하니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화는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그 과정에서 2년차 사이드암 김재영이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최근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급성장했다. 이 감독대행 체제 최고 수확. 이 감독대행은 "투수는 맞으면서 크는 것이지만 (벤치에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부상 전까지 선발로 기회를 준 좌완 김범수, 불펜에선 김경태·박상원·서균 등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야수로는 내야수 오선진을 재발견했고, 내야수 정경운·김주현과 외야수 이동훈·강상원 등이 기회를 받았다. 예년에 비해 20대 초중반 어린 선수들을 여럿 중용하며 테스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같은 이 감독대행의 육성을 위한 결단과 인내는 구단 내부에서도 높이 평가받는다.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팀을 맡아 고생이 많으셨다.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젊은 선수들에 기회를 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모 야구인은 "감독대행이라도 성적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을 텐데 뚝심있게 젊은 선수들을 키운 부분은 높이 평가받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아쉬운 건 역시 성적이다. 한화는 8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숙원을 풀지 못했다. 이 감독대행 체제 100경기에서 43승56패1무 승률 4할3푼4리. 같은 기간 팀 순위는 8위였다. 이 감독대행은 "사실 성적이 제일 아쉽다. 구단에서 많은 경기를 맡겨주셨는데 성적이 나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다"고 입맛을 다셨다.
지난 1995년 쌍방울 김준환(102경기) 이후 KBO리그 역대 두 번째 많은 101경기를 지휘한 감독대행이었다는 점에서 기회는 충분히 주어졌지만 부상 악재가 너무도 컸다. 한 번도 베스트 전력으로 싸우지 못했다. 이 감독대행도 "처음부터 일부러 리빌딩한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주전 선수들이 많은 부상을 당하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정상 참작되어야 할 부분이기는 하다.
시즌 최종전인 3일 대전 NC전을 끝으로 '감독대행 업무'가 끝난다. 이 감독대행은 정식 감독 승격과 좌절의 갈림길에 서있다. 차기 감독으로 이글스 출신에 무게를 두고 있는 한화에서 이 감독대행도 후보 중 하나. 그러나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팀 내 거취가 불분명해진다.
여러 가지로 복잡미묘한 심정이겠지만 시즌 마지막까지 이 감독대행은 팀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한화의 미래를 밝힌 이 감독대행, 과연 정식 감독으로 기회가 주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