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타율 1위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타선이었다.
KIA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t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14차전을 2-20으로 패했다. 1-0으로 앞선 2회 무사 만루에서 박기혁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고, 그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선발투수 임기영은 3이닝 9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5실점으로 시즌 6패째를 떠안았다.
이날 경기는 KIA에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판'이었다. 이날 전까지 141경기를 치른 선두 KIA는 2위 두산에 1.5경기 앞서있었다. 만일 이날 KIA가 kt를 꺾고 두산이 한화에 패한다면 KIA는 남은 매직넘버 두 개를 단숨에 지우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기태 KIA 감독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1.5경기 앞서 있다고 '1패의 여유'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온 것 같다. 순위 싸움은 시즌 막판까지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면도도 안했다"라며 짐짓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
언제나 최악을 대비하는 김기태 감독의 성향이 묻어나오는 발언이었다. KIA는 전반기를 57승28패, 승률 6할7푼1리로 마감했다. 당시 2위 NC와 8경기, 현재 KIA를 압박하는 두산과는 13경기 차였다. 팀당 60여 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따라잡기가 쉬워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 김 감독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라며 자만이나 방심을 견지했다. 그리고 김 감독의 우려대로 시즌 말미까지 우승팀은 정해지지 않았다.
KIA의 전반기를 지탱하던 두 축은 타선과 선발이었다. KIA는 전반기 팀 타율 3할1푼으로 압도적인 위용을 뽐냈다. 6~7월에 걸쳐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의 위업을 달성했으며 열한 타자 연속 안타, 한 이닝 12득점 등 숱한 대기록을 만들었다.
불펜진이 흔들렸지만 선발진은 튼튼했다.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 '원투펀치'에 팻딘-임기영까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거기에 '깜짝 선발' 정용운마저 호투를 거듭했다. 5선발까지 빈틈이 없어보였던 KIA는 승수를 쓸어담으며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기 시작부터 장점이 조금씩 삐걱댔다. KIA는 이날 전까지 후반기 선발 평균자책점 4.77(리그 5위)을 기록했다. 여전히 평균 이상이었지만 압도적이었던 전반기(4.03, 리그 2위)만큼은 아니었다. 팀 타율 역시 2할9푼2리(3위)로 전반기보다 지친 기색이었다.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1일 경기는 KIA의 두 가지 장점이 나란히 발목을 잡았다. 우선 선발부터 무너졌다. 전반기 KIA 마운드 '신데렐라'였던 임기영은 후반기 첫 4경기서 평균자책점 10.00으로 고전했다. 결국 1군 말소 후 한 달의 휴식을 거친 뒤 돌아왔다. 복귀 후에는 4경기(3경기 선발)에 등판해 19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김기태 감독은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주효한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다시 후반기 초의 모습이었다. 임기영은 kt 타선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다. 2회 단타 세 개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2루타와 안타로 석 점을 내줬다. 4회에는 오태곤에게 솔로포를 헌납하며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3이닝 9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타선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KIA는 2회, kt에 한 발 앞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범호와 김민식, 김선빈이 거푸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3회에도 선두 로저 버나디나가 살아나갔지만 서동욱의 병살타로 흐름이 끊겼다. 뒤이어 김주찬의 2루타, 최형우의 볼넷이 나왔음을 감안하면 아쉬움은 더욱 짙어진다.
결국 경기 막판까지 선발이 내준 점수를 타선이 극복하지 못했다. 두 가지 장점에 발목 잡힌 한 판이었다. 이제 정규시즌 우승팀의 향방은 최종전인 3일이 되어야 판가름 난다. 말그대로 끝까지 간다. KIA로서는 장점의 동굴에서 하루 빨리 탈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ing@osen.co.kr
[사진] 수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