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성실함’ 31홈런 로맥의 숨겨진 재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01 06: 11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2)은 미국에서의 커리어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LA 다저스 시절 그의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은 늦깎이 마이너리그의 감격적인 MLB 입성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MLB에서 성공하지 못한 로맥은 일본프로야구 무대를 두들겼으나 역시 실패했다. 정교한 일본무대를 당하지 못했다. 일본의 인내심도 짧았다. 로맥의 적응을 기다리지 않았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30대에 이른 약점 있는 타자에게 손을 내밀 정도로 급한 구단은 없었다. 그때 한국에서 손을 내밀었다. 로맥은 다시 도전을 택했고, 우여곡절을 거쳐 이제는 재계약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 선수로 승격했다.
힘은 예상대로 엄청났다.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타율이 떨어졌다. 다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변화에도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전반기 53경기에서 타율 1할8푼5리에 그쳤다. 그 와중에 홈런 14개를 때린 게 용할 정도였다. 힘과 준수한 수비 활용성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하지만 로맥은 이 고비를 딛고 일어섰다. 숨겨진 재능이 있었다.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바로 절박함과 성실함이었다. 보통의 외국인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재능이었다.
로맥은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기간 눈물 젖은 빵을 곱씹었다. 자신이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담담하게 인정한다. 이제는 한 번의 실패가 커리어의 끝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로맥은 절박하게 달려들었다. 타격폼 수정에 부정적이었던 그는,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폼과 매커니즘을 갖추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거듭했다. 그리고 성실하게 주어진 과제를 실천했다. 이는 결정적인 반등의 계기가 됐다.
그런 로맥은 후반기 48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 17홈런, 35타점을 기록하며 날아올랐다. KBO 리그 역사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30홈런 고지를 밟은 첫 선수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이제 구단 내부에서는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슬며시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맥은 성실함을 버리지 않는다.
부진에 빠졌을 때 특타를 자청하기도 해 구단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로맥은 요즘도 성실하게 훈련에 임한다. 좋아진 성적에도 불구하고 나태는 없다.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서 훈련 준비를 끝낸다. 다른 타자들이 연습을 하고 있을 때는 옆에서 유심히 지켜본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유쾌한 성격도 있지만, 훈련 때는 매사가 진지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그것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단언한다.
로맥이 내년에도 한국에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SK는 외부 후보군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시즌이 끝나면 면밀한 비교를 할 것이다. 로맥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선수들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로맥만한 절박함과 성실함을 갖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벼랑 끝’에서 로맥을 구한 것은 힘과 기술이 아닌, 또 다른 요소였다는 점은 분명 플러스가 될 것이다. 그것도 재능이라면 중요한 재능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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