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주혁이 ‘1박2일’을 통해 만든 ‘구탱이 형’이란 별명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김주혁은 지난 달 26일 종영한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 김백진 역을 맡아 박수를 받았다. 강직한 아르곤의 팀장인 김백진으로 열연하며 그는 리더의 덕목에 대한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지기도. 아르곤 팀장 김백진이 아닌 드라마의 주연이자 리더로서의 김주혁은 과연 어떨까.
“난 리더십을 부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현장에서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의 리더십인 것 같다. 내가 제일 먼저 나오고, 제일 웃고 하면 후배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하면 선배들도 좋아한다. 현장에서 내가 주로 ‘중간다리’다. 그래서 그렇게 유지를 하는 편이다. 후배들도 그렇게 하니 오히려 잘 따른다.”
이번 작품은 실제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들이 다수 등장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백진 캐릭터를 보며 많은 시청자가 손석희 앵커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김주혁은 “전혀 참고한 인물이 없다”고 말하며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르곤’ 속의 일들이 실제 사례와 연결지어 연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은 없다. 내가 찍는 드라마의 사건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여줄까’만 생각하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걸, 잠자기도 바쁜데.(웃음) 워낙 대사도 많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라서 8부작이라도 아주 치열하게 보냈다.”
그는 “‘아르곤’이 만약 8부작이 아니라 16부작이라면 어땠을까”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긴 호흡의 작품을 질색하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그러면 대하드라마 ‘구암 허준’은 어떻게 한 거냐고 묻는 질문에 김주혁은 “그러니 죽을 뻔 했지”라며 위트 있게 되받아쳤다. ‘아르곤’을 선택한 이유도 짧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아르곤’은 짧아서 선택했다. 그게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100%의 이유다.(웃음) 짧은데도 똑같이 힘들었다. 진짜 죽을 것 같을 때 딱 끝이 났다. 16부작이었다면 좀 생각했을 것 같다. 앞으로는 긴 작품은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 시간에 쫓겨 100%를 보여줄 수 있는 걸 조금 밖에 못 보여주는 내 모습이 제일 힘들다. ‘내 살 깎아먹기’ 하는 것 같아 힘이 든다.”
김주혁은 “요즘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뜻밖의 고민을 했다. 그는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나 할까, 이제는 좀 더 깊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작을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연기가 더 재미있어진 건 2, 3년 정도 됐다며 김주혁은 “특별한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연기의 방향성을 본 것 같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전에는 여러 가지 길을 두고 갈팡질팡 했다면, 이제는 방향성이 있다는 확신이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의 방향으로 쭉 가다보면 좀 내가 먹을거리가 많겠다는 믿음이 있다. 나에게도 당연히 슬럼프는 있었다. 2년 전에는 많이 지쳐 있었다. 살이 깎일 대로 깎인 거다. 그 살을 ‘1박2일’이 많이 채워줬다.”
김주혁은 자신을 슬럼프에서 건져 올린 건 바로 예능 ‘1박2일’이라고 말했다. 김주혁은 ‘1박2일’에서 구탱이 형으로 불리며 멤버들과 좋은 케미를 보였던 바 있다. 여전히 그는 ‘1박2일’에서 구탱이 형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 ‘1박2일’이 그에게는 깎인 살을 채워주는 존재가 됐다.
“사람들에게 나를 알렸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난 배우이기 때문에 연기가 아닌 내 진짜 모습을 TV로 볼 수 없다. 그런 나에게 ‘1박2일’은 내려놓은 나를 볼 수 있게 했다. 24시간 찍으니 자연스럽게 내가 나오더라. 또 애들이 서로 잡아먹을 듯이 안 한다. 인성이 정말 좋고, 케미가 좋은 친구들이었다. 그런 친구들 속에 있는 나를 보면서 ‘굳이 무엇을 하려고 안 해도 표현이 되는구나’하고 느꼈다.”
김주혁은 ‘1박2일’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게 맞나’ 싶은 것도 확신을 가지고 움직인다면 분명히 표현될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앞으로 ‘채우려는’ 목적으로 예능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구탱이 형’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최고로 좋다. 그렇게 구수할 수 없다”며 큰 만족감을 보였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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