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9경기 등판. 그 중 선발등판은 17차례에 불과하다. 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만큼의 출장 기록이다. 그러나 경기당 7이닝 가까이 소화하며 규정이닝에 근접했다. 대단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남는 올 시즌 데이비드 허프(33)다.
허프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삼성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15차전에 선발등판, 8이닝 5피안타 6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3-3으로 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며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LG는 9회 터진 안익훈의 끝내기 안타로 삼성에 4-3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허프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팀에 합류한 그는 13경기(11경기 선발)에 등판해 74⅔이닝을 책임지며 7승2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특히 9월 이후 4경기(3경기 선발)에서 29⅓이닝을 던지며 3승1홀드, 평균자책점 1.84로 펄펄 날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한 허프의 재계약은 당연했다.
허프는 LG의 시즌 구상에서 큼지막한 퍼즐이었다. '에이스' 허프가 지난 시즌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LG 마운드 계산에서 절대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시작부터 변수가 생겼다. 허프는 시범경기 기간 몸 푸는 과정에서 무릎을 삐끗했다. 당시만 해도 4주 결장이 예상됐으나 복귀 시점은 차츰 미뤄졌다. 결국 5월 돌아왔지만 첫 두 경기서는 10이닝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7.20으로 고전했다.
허프가 감을 찾은 건 5월 26일 문학 SK전. 허프는 7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처음으로 7이닝을 던져줬다. 이때부터 허프는 승승장구했다. 6월 5경기서 3승무패, 평균자책점 1.89로 펄펄 날았다.
먹구름이 다시 낀 건 7월. 허프는 2경기서 11⅔이닝 소화에 그치며 평균자책점 4.63으로 좋지 못했다. 7월 9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수비 과정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검진 결과 왼 햄스트링 좌상. 이번에도 4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었다.
허프는 8월 중순 1군에 다시 올라오며 맹위를 떨쳤다. 복귀 후 6경기 동안 36이닝을 던지며 3승무패, 평균자책점 1.00으로 펄펄 날았다. 양상문 감독은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그저 제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직후인 30일 잠실 삼성전에 앞서서도 '허프의 공백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게 이유가 될 수는 없다"라고 허프를 두둔했다.
이후에도 3경기에 더 등판해 승리를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펄펄 날았다. 허프의 올 시즌 성적은 19경기(17경기 선발) 등판 124⅔이닝 소화 6승4패, 평균자책점 2.38. '나올 때마다'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세부 지표를 살펴봐도 완벽에 가깝다.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17경기 선발등판해 124⅔이닝을 던졌다. 규정이닝(144이닝)에 19⅓이닝이 부족했다. 허프는 선발등판한 17경기에서 평균 6⅔이닝을 던졌다. 이는 헥터 노에시(KIA)와 더불어 리그 공동 1위에 해당한다. 단 3경기 정도만 더 던졌어도 규정이닝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그랬다면 올 시즌 평균자책점 1위는 허프에게 돌아갔을 가능성도 있다.
파크팩터 등을 반영한 조정 평균자책점(ERA+)에서도 허프는 압도적이었다. 허프는 올 시즌 조정 평균자책점 202.6을 기록했다.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가운데 압도적 1위. 2위 라이언 피어밴드(kt, 166.3), 3위 장원준(두산, 152.7)과 격차는 상당하다. WPA(추가한 승리 확률)에서도 2.93으로 2위 메릴 켈리(SK, 1.61)를 압도한다.
앞서 언급했듯 허프가 3경기 정도만 더 등판했어도 규정이닝 소화가 가능했다. 만일 허프가 등판한 3경기서 LG가 모두 승을 거뒀다면 올 시즌 5강행 막차 티켓은 LG가 거머쥐었을 가능성도 있다.
대단함. 그래서 더 짙은 아쉬움. 올해 허프가 LG에 남긴 여운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