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부대라는 말 별로다. 블랙커피라고 불러달라". 김진욱 kt 감독의 이야기다. 선두 KIA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이 뜨거운 블랙커피를 단숨에 들이켜야 한다.
kt에게 9월은 여름보다 뜨거운 한 달이었다. 월간 11승10패, 승률 5할2푼4리(5위). 언뜻 대단할 것 없어 보이지만 시즌 승률(.348)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특히 거둬들인 11승 모두 가을야구 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kt는 9월 한 달간 LG와 네 번 만나 3승1패를 거뒀다. 총력전을 선언한 LG는 의외의 복병 kt에게 발목잡히며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됐다.
더욱 중요한 건 선두 싸움에 미친 영향력이다. 선두 KIA에게는 3전 전패로 고전한 반면 2위 두산과 2승2패, 호각지세였다. 두 팀이 1.5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kt가 선두 싸움의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는 분석이 맞아떨어졌다.
김진욱 감독은 9월 성적을 두고 "고춧가루 부대라는 말은 별로다. 커피맛 고춧가루라고들 하던데, 맛을 상상하면 최악이다"라며 "차라리 블랙커피라고 불러달라. 고춧가루처럼 맵지는 않아도 충분히 쓴맛이다"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김 감독은 "우리는 선두 싸움에 관심 없다. 누가 우승하든 그건 각자의 사정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 야구를 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kt와 KIA는 모두 정규시즌 세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서로와 맞대결이 남은 경기의 전부다. 선두 KIA로서는 141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우승을 확정짓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높다. 세 경기를 남겨두고 매직넘버는 2. 만일 1일 경기에서 KIA가 kt를 꺾고, 두산이 한화에 패한다면 KIA는 남은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다.
다만 '우리 야구'를 하는 kt는 KIA에게 분명 껄끄러운 상대다. 비록 9월 한 달간 3승으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지만 정규 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8승5패, 승패 마진이 크지 않다. 8월까지는 5승5패로 호각세였다. 김진욱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KIA와 만날 때면 유독 자신감을 갖는다"라며 비결을 설명했다.
선발진만 따져보면 KIA 쪽으로 무게감이 실린다. KIA는 임기영과 양현종, 헥터 노에시를 선발로 예고했다. 첫 단추 임기영의 어깨가 무겁다. 후반기 초반 1군 말소된 그는 9월 복귀 후 4경기(3경기 선발)에 등판해 19이닝을 던지며 1승무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 중이다. 선발로 나선 3경기서는 18⅔이닝 평균자책점 2.89로 빼어났다. 전반기(14경기 7승2패, 1.72)의 모습을 되찾았다. 거기에 양현종과 헥터 모두 19승에 머무는 상황. 팀의 우승은 물론 개인 20승 달성을 위해서도 승리가 필요하다. 여러 모로 선발진에서 앞서는 KIA다.
kt는 돈 로치와 김사율, 주권을 선발로 예고했다. 로치는 후반기 11경기서 68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69로 준수했다. 비록 1승7패로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KIA가 넘기 쉽지 않은 상대다. 다만 김사율과 주권 쪽에서는 KIA가 앞선다.
KIA는 두산의 경기 결과를 신경 쓰지 않고 '제 갈 길'만 걸어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1일에는 두 팀 모두 경기를 하지만 2일에는 KIA와 kt의 경기가 유일하다. KIA로서는 1일 kt를 잡고, 두산이 한화에 패하는 게 최선. 비록 두산이 한화를 꺾더라도 2일 kt를 꺾는 것이 차선이다.
이제 남은 건 단 3경기. 이 사흘의 승부에 정규시즌 우승팀이 갈린다. 유리한 건 분명하지만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다. KIA로서는 블랙커피의 쓴맛을 견뎌야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