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울겠다던 이호준, MOON 앞에서 쏟아진 눈물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10.01 06: 10

‘호부지’ 이호준(41·NC)도 김경문 감독 앞에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NC는 3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정규시즌 홈구장 최종전에서 11-4로 승리했다. 4연승을 달린 NC(79승62패2무)는 롯데와 공동 3위로 뛰어 올랐다. NC는 10월 3일 한화전 결과에 따라 롯데와 3위를 다투게 됐다.
순위싸움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이호준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NC로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경기였다. 경기 전 이호준은 “은퇴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포스트시즌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은퇴한 선배들이 막상 은퇴식이 열리면 눈물이 나온다고 하는데 난 오늘 울지 않을 것 같다”면서 웃었다.

프로야구서 24년간 활약한 이호준은 산전수전 다 겪었다. 해태시절에는 호랑이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혼도 많이 났다. 운동이 힘들어 숙소를 무단이탈하기도 했다. SK시절에는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조련을 받았다.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선 이호준이다. 그의 마음의 벽을 허문 은인이 있다. 바로 김경문 감독이다.
김경문 감독은 은퇴를 앞둔 이호준에게 마음을 담은 목걸이 선물과 손편지를 건넸다. 이호준은 “야구를 하면서 감독님에게 선물을 받은 것은 김경문 감독님이 처음이다. 이번이 세 번째 선물이었다. 추울 때 목도리도 선물해주셨다. 이번에는 내 등번호(27번)가 새겨진 목걸이를 선물로 주셨다. 3냥이라 65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더라. 묵직하다”며 취재진에게 목걸이 자랑을 했다.
선물보다 더 마음을 움직인 것은 손편지였다. 이호준은 “감독님이 ‘5년 전이 엊그제 같은데 그 동안 고생했다’면서 손편지를 써주셨다. 정말 감동을 받았다. 나도 지도자가 된다면 이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 감독님의 마음을 평생 간직하겠다”며 목걸이를 매만졌다.
3위 싸움이 한창인 NC다. 넥센과 2연전에서 한 번이라도 발목을 잡히면 그대로 4위가 확정되는 상황. 큰 경기를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말없이 이호준을 4번 타자로 넣었다. 김 감독은 “4번 타자로 이호준을 넣었다. 은퇴를 떠나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선수 아니겠나”라며 이호준의 활약을 확신했다.
이호준은 “선수명단을 보고 4번에 들어가 놀랐다. 감독님이 날 얼마나 예뻐해 주시는지 알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장수는 자신을 아끼는 군주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법. 이호준은 29일 넥센전에서 3-3을 만드는 투런홈런을 때려 분위기를 바꿨다. 이호준은 30일에도 3회만 두 개의 안타를 때리며 타점과 득점을 추가했다. 팀이 가장 절실하게 한 방이 필요할 때마다 이호준이 터졌다. 김경문 감독이 바라는 바로 그 역할이었다.
이심전심인 스승과 제자는 경기 후 은퇴식에서 다시 만났다. 김경문 감독은 말없이 이호준의 등을 두드려줬다. 그 전까지 씩씩했던 이호준도 왈칵 눈물을 훔쳐냈다. 절제했던 감정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 김경문 감독이 NC에서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이호준은 대기록 달성은커녕 은퇴식도 없이 초라하게 유니폼을 벗을 수 있었다.
이호준은 “SK에서 정말 치열하게 야구했다. 하지만 NC에서 정말 행복했다. 하고 싶은 것을 다했다”며 김경문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스승과 제자의 허물없는 모습에 마산구장을 찾은 홈팬들도 진한 감동과 여운을 느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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