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답게 하겠다" 국민타자가 그리는 작별의 순간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0.01 06: 01

"그날 만큼은 예전에 이승엽이 했던 스윙을 하겠습니다." 이별을 앞둔 '국민타자'가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을 그렸다.
올 시즌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은 지난 9월 30일 잠실구장 은퇴 투어 행사를 치렀다. 이로써 이승엽은 소속팀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의 팬, 구장과 이별 인사를 나눴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는 3일 홈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은퇴식. 이승엽의 진짜 마지막 경기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해 23년 만에 마침표를 찍는 만큼, 이승엽도 모든 초점을 마지막 경기에 맞췄다.

선수로 뛰는 마지막 해.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을 법도 했지만, 쇄골 쪽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이승엽은 '팀'을 위하고 '후배'를 챙겼다.
이승엽은 "내가 나가는 것보다는 내년에 뛰어야하는 후배들이 뛰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으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없다. 안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운동도 5일 정도 쉬었고, 주사도 맞았다. 일단 은퇴식 당일인 3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팬들에게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강인한 모습으로 나가고 싶어 준비하고 있다"며 은퇴식 당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동안 '팀'을 내세웠다면 마지막 경기인 만큼 은퇴식에서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승엽은 "그날은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다. 그날만큼은 팀이 나를 위해 이겨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팀 동료들에게도 그날만큼은 이기고 싶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선발 투수 백정현에게는 당부의 말을 따로 정할 정도. 이승엽은 "백정현 선수가 선발인데, 꼭 이겨달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승리를 해야 기쁨이 배가 되는데,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마지막 홈런에 대한 욕심도 보였다. 올 시즌 이승엽은 배트를 짧게 쥐면서, 장타보다는 정확성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만큼은 전성기 그 시절처럼 길게 배트를 잡고, 홈런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요즘에 배트 스피드가 많이 떨어져서 짧게 잡았다. 운동량도 부족해 몸이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고 있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에서는 과거 이승엽이 했던 것처럼, 원래대로 길게 잡을 생각"이라며 "마지막 안타만큼은 대구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팬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 순간도 그렸다. 딱딱한 형식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승엽은 "마음 속에는 준비하고 있다. 발표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준비를 안하고 있다. 즉흥적으로 그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긴 시간 야구를 하면서 고마운 사람도 많았다. 이승엽의 은퇴식에는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을 비롯해 야구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승엽은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부르지 못한 분들도 마음 속으로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은퇴식의 시구는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 씨가 할 예정이다. 이승엽은 “의미가 깊다. 그동안 아내가 파울 라인이 아닌 그라운드 안에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내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마지막을 같이 그라운드 안에서 할 수 있다니 우리 가족에는 정말 큰 선물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동시에 두 아들들에게는 '강한 아빠'로 남기를 바랐다. 이승엽은 "아들들에게 부모로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모든 아빠가 그렇듯 최고의 아빠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바랐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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