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41·NC)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NC의 정신적 지주 이호준이 야구를 떠난다. NC는 3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다. NC는 이호준의 은퇴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연다. NC 선수단은 이호준의 등번호 '27번'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경기장은 은퇴기념 엠블럼과 깃발로 장식한다.
경기 전 이호준은 각종 인터뷰에 임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이호준이 목에는 김경문 감독이 선물한 27번 배번의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 은퇴가 실감나나?
실감은 안난다. 오늘 가족 50명을 초청했다. 아버지가 안 오시겠다고 했는데 안 오시면 인연을 끊겠다고 했더니 오신다더라. 허허. 아버지가 경찰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하신 강직한 분이시다. 그런 분이 20대 시절 내가 방황할 때 눈물을 보이셨다. 그 때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 같다.
▲ 어제 홈런을 쳤다. 통산 337홈런은 장종훈(340홈런)에 이은 오른손 타자 역대 2위다.
마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 기분이더라. 떨리는 감은 없었다. 은퇴를 하니 횡설수설했다. 4번 타자까지 맡아서 정신이 없었다. NC의 순위가 확정된 상황이 아니라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은퇴가 가까워지자 공허함이 왔다. NC가 4우로 떨어지니 정신이 확 들었다. 특타도 신청을 해서 준비를 많이 했다. 대타로 삼진만 먹어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다. 지난 일들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지나간다.
▲ 은퇴식을 해주면 기분이 어떨까.
다른 구장에서는 덤덤했는데 SK가 해주니 은퇴가 정말 실감났다. 특히 정희운 시상식인줄 알았는데 깜짝 영상을 틀어줬다. 오늘은 안 울 것 같다. 포스트시즌도 있지 않나. 은퇴사를 10번 읽었는데 다 괜찮았다. 마지막에 정말로 끝나야 울 것 같다. 야구를 그만둔다는 것이 슬프지는 않다. 다만 덕아웃에서 선수들과 어울리던 것을 이제 못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
▲ 은퇴 후 진로는?
지도자로 코치연수를 가기로 결정했다. 미국, 일본, 대만, 중국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기간은 일년정도 잡고 있다. 최대한 빨리 컴백하고 싶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다. 홍성흔처럼 미국에서 코치를 할 자신은 없다. 비행기를 13시간 타는 것은 무리다. 허리가 아파 버스 네 시간도 힘들다.
▲ 선수생활에 아쉬움은 없나?
후회는 20-22살 때 미친듯이 놀았다. 이승엽과 비교하니 같은 나이에 생각한 것이 완전히 다르더라. 나도 그런 직업의식과 꿈을 가졌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하도 망나니 생활을 해보니 장점도 있다.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많다. 하하.
▲ 기록적으로 아쉬움은 없나
전혀 없다. 250홈런이 목표였는데 이미 달성했다. 후회는 없다. 홈런도 330개를 넘었고, 천타점도 달성했다. 이천안타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 도루를 하나 하고 싶다. 지금 도루가 59개인데 아홉수다. 선수생활 중 헤드슬라이등을 한 번도 안 해봤다. 근데 그것은 무리다. 그래도 도루는 타이밍을 봐서 한 번 해보고 싶다.
▲ ‘야구에 대한 예의’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루틴을 지키니 성적이 오르더라. 전날 몸 관리를 잘하고 치료를 잘 받으면 확실히 경기도 잘 됐다. 후배들이 변명하지 말길 바란다. 젊었을 때는 술 먹고 다음 날 연타석 홈런도 치니 ‘그래 이렇게 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그 때 술을 안 먹었다면 홈런도 세 개는 쳤을 것이다.
▲ 이호준 다음의 NC의 리더는?
손시헌이 FM이고 부지런한 친구다. 후배들이 나태한 꼴을 못 본다. 두산의 전통을 잘 배웠다. 모창민, 임창민, 조평호, 김진성 등이 끌어줘야 한다. 못 하면 내가 혼내겠다.
▲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후배들 평가가 많다
내가 나이가 너무 많다보니 선수들이 어려워했다. 그래서 리더십이 먹혔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복 받은 선수다. 후배들이 공을 다 나에게 돌려서 그렇다.
▲ SK 12년과 NC 5년을 비교한다면?
인천에서 많은 것을 이뤘다. 결혼도 하고 우승도 했다. 야구는 NC에 와서 행복하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다. SK에서는 치열하게 했다. 김성근 감독님 영향이 크다. 그 때 플래툰으로 치열하게 했다. 규정타석도 당연히 못 채웠다. 그 정도로 치열했다.
▲ 김경문 감독이 목걸이 선물을 했다던데?
감독님이 ‘5년 전이 엊그제 같은데 그 동안 고생했다’면서 손편지를 써주셨다. 감독에게 선물을 받은 것은 김경문 감독님이 처음인데 세 번이나 선물을 해주셨다. 이번 목걸이는 3냥이라 650만 원 정도 한다고 하더라. 정말 감동을 받았다. 나도 지도자가 된다면 이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 감독님의 마음을 평생 간직하겠다.
▲ 인생은 이호준처럼 이란 말이 마음에 드나?
마음에 든다. ‘호부지’란 말도 좋아한다. 내 트레이드 마크다. 윤석민 등 자꾸 다른 선수들이 이 말을 쓰는데 내꺼다. 특허를 등록해야겠다. 허허.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