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연휴가 긴 만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도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요 4편의 작품에 관객들의 선택이 압도적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달 21일 개봉한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이하 아캔스)다. 이 영화는 일본군에 강제 징용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아 지난 2007년 미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를 극적으로 담았다. 한국의 세트장이 아닌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의회에서 로케이션 촬영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아픈 역사인 위안부 피해자들을 휴먼 코미디 드라마라는 틀에 담아 다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나온다.
피해자 할머니 옥분으로 분한 배우 나문희가 특유의 유쾌함과 친근한 매력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더불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제훈이 옥분과 티격태격하지만 가족 이상의 애정을 갖게 된 공무원 민재 역을 맡아 디테일이 살아있는 생활 연기를 보여줬다. 개봉 이후 29일까지 121만 9974명(영진위 제공·이하 동일)의 누적 관객수를 모았다.
‘아캔스’의 강력한 경쟁작은 ‘킹스맨:골든 서클’(감독 매튜 본)이다. 2년 전인 2015년 2월 영국신사 신드롬을 일으킨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업그레이드된 속편으로 돌아왔다. 한국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은 개봉한 지 3일 만에 111만 2313명을 돌파했다는 수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속편에서는 비밀리에 세상을 지키는 영국 스파이 조직 킹스맨이 국제적 범죄조직 골든 서클에 의해 본부가 폭파 당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만난 형제 스파이 조직 스테이츠맨과 함께 골든 서클의 계획을 막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며 벌어진 일을 스펙터클하게 담았다. 두 개의 집단과 킹스맨의 유기적인 연결이 흥미롭고 치밀하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스타일리시한 액션 시퀀스는 관객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김윤석, 이병헌, 박해일,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 향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정통 사극 ‘남한산성’(감독 황동혁)도 또 하나의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김훈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상상력을 가미하지 않고 최대한 역사적 사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책 속에 등장한 생소한 단어들을 나이 어린 관객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다듬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게 흘러가 말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남한산성'은 1636년 조선의 왕 인조 집권 시기에 발발한 병자호란 때문에 남한산성에 갇혀 살 방법을 모색했던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청의 굴욕적인 제안에 화친 대 척화파로 나뉘어 첨예하게 맞서는 신하들을 중심으로 한 팽팽한 갈등 구조를, 책과 비교해, 한층 드라마틱하게 완성했다.
배우 마동석이 형사 역을 맡은 ‘범죄도시’(감독 강윤성)도 실화 범죄 조직 사건이 안겨주는 리얼한 재미와 영화적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올 추석 극장가를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대표 배우로 입지를 굳힌 마동석은 이번 영화에서 경력 15년 차의 강력반 마석도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액션 연기에, 차진 입담까지 본인만의 장점을 살려 따뜻한 매력의 형사 캐릭터를 창조했다. 또 연기 도전 이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윤계상의 열연도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이다.
그는 악한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해 머리를 길러 가발을 착용했으며, 하얼빈에서 넘어왔다는 설정을 위해 연변 사투리를 배우기도 했다. 특히 칼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장첸의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액션 스쿨에서 칼의 사용법을 배우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윤계상 표 악역에 대한 예비 관객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배우들의 불꽃 튀는 액션 장면이 명절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줄 것 같다.
‘킹스맨2’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나머지 세 작품이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했기 때문제 충분히 반전이 나오리라는 기대가 깔려있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