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58)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국내 지도자가 외국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사례는 얼마나 될까.
박항서 감독은 지난 29일 베트남 축구협회와 국가대표팀 감독 공식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 외의 파격적인 조건이다. 2년 이상의 계약기간과 동남아 감독으로는 최고 대우다.
2002 한일 월드컵서 국가대표팀 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4강을 이끈 박항서 감독은 프로에서도 지도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경남 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등 K리그 팀들을 지도했다.
박 감독은 한국인 지도자로서 5번째로 외국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강만영 전 감독이 1994년부터 2년간 방글라데시 감독을 맡은 뒤 1996년 1년간 홍콩 대표팀을 지도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4명의 지도자가 해외 대표팀 감독직을 역임해왔다.
강 전 감독에 이어 국가대표 청룡에서 활약했던 유기흥 전 감독이 2004년 부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2007년에는 캄보디아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유 감독은 네팔과 부탄의 청소년 대표팀까지 이끈 바 있다.
최근에는 김판곤 감독이 2012년부터 홍콩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방글라데시-부탄-네팔 등 수준이 완전히 떨어지는 경우와는 다르게 아시안컵 출전이 가능한 전력을 갖춘 수준의 팀을 맡은 경우는 김 감독이 처음. 홍콩 A 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김판곤 감독은 2014년부터는 기술위원장까지 역임하고 있다. 따라서 김 감독은 홍콩 축구를 총괄하는 입장이다.
가장 오래 외국서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는 경우는 '동티모르의 히딩크'로 불리는 김신환 감독. 김 감독은 2002년부터 동티모르에서 활동하며 각급 유소년 대표팀을 거쳐 올해는 사실상 성인 대표팀인 U-22대표팀을 맡았다. 지난 7월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 U-23 선수권 예선에서 한국과 0-0으로 비겨 한국을 탈락 위기에 모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박항서 감독은 홍콩보다 나은 전력으로 축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베트남 대표팀 감독에 오르며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한번 지도자로 반등할 기회를 갖게 됐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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