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차 밴드 내귀에도청장치(위 사진 왼쪽부터 차명준 김태진 이혁 황의준)가 새 싱글을 냈다. 지난 29일 발매된 ‘Deconstruction’에는 동명 타이틀곡과 ‘Charon’ 등 2곡이 담겼다. 정규 6집을 향한 전초전이다. 특이한 밴드 이름의 유래를 안다면, 당신은 둘 중의 하나다. 옛날사람이거나 인디음악을 사랑하는 선량한 팬이거나. [3시의 인디살롱]에서 이들을 만났다.
우선 내귀에도청장치(이하 내귀)를 소개하면 이렇다. 스트리트 펑크쇼가 열리고 크라잉넛과 옐로우키친의 역사적인 ‘Our Nation 1’ 앨범이 나온 1996년, 12월에 이혁이 고교시절 록그룹을 하면서 알게 된 기타리스트 정유화와 함께 내귀를 결성했다. 팀명은 1988년 MBC ‘뉴스데스크’ 방송 도중 한 남자가 난입, “내 귀에 도청장치를 달아 내 내면의 소리를 누군가 듣고 있다”며 일으킨 사고에서 착안했다.
내귀는 이후 여러번의 멤버 변화가 있었는데, 2001년 1월 정규 1집 ‘Wiretap In My Ear’ 때는 이미 2기 체제였다. 보컬의 이혁, 기타의 정유화, 드럼의 정재훈, 베이스의 이종필, 키보드의 이미용 등 5인이었다. 이어 2004년 3월 2집 ‘Prana’ 때가 3기(이혁 정재훈 이주원 황의준), 2006년 9월 3집 ‘Shine’과 2010년 8월 4집 ‘Observation’, 2014년 8월 5집 ‘Cumulus’ 때가 4기(이혁 정재훈 황의준 김태진)였다. 그리고 이번 새 싱글 ‘Deconstruction’에서는 오랫동안 함께 했던 정재훈이 나가고 새 드러머 차명준이 합류했다.
따라서 현재 내귀는 원년멤버인 이혁과, 2002년에 합류한 베이스의 황의준, 2005년에 합류한 기타의 김태진, 2015년에 합류한 드럼의 차명준으로 이뤄졌다. 나이는 이혁, 김태진, 황의준, ‘막내’ 차명준 순이다. 이들 중 황의준과 김태진은 별도의 밴드 연남동덤앤더머(이하 연덤)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팀에서는 김태진이 보컬과 기타, 황의준이 기타와 베이스를 맡고 있다.
= 반갑다. 김태진씨와 황의준씨는 얼마 전 연남동덤앤더머로 인터뷰를 했었는데 또 만났다(웃음). 새 멤버 차명준씨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차명준) “2년 전 합류했는데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이즈라는 밴드를 통해 주로 일본에서 활동했는데, 당시 형들이랑 같은 회사 소속이어서 함께 공연을 자주 했다. 일본에서 돌아오면서 집인 광주로 내려가 있었는데 형들이 드럼을 다시 해보자고 해서 합류했다.”
= 이혁씨 근황도 궁금했다. 병원 물리치료사 일은 계속 하고 있나.
(이혁)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일찍 일어나보려는 개념으로 계속 하고 있다. 양수리에 있는 워낙 작은 병원이라 원장님, 간호사 2분, 그리고 저까지 총 4명만 일한다. 원장님은 메탈을 좋아하신다. 제가 공연이 있으면 근무에서 빼주시는데, 저는 꼭 다른 대리 근무자를 구해놓곤 한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서도 대리 근무자를 구했다. 하루일당을 제가 지불한다. 어쨌든 일이 있으니까 오히려 공연이나 음악을 할 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 11월에는 개인 솔로 프로젝트 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 김태진씨와 황의준씨도 내귀 멤버로서 간략히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태진) “기타 치는 김태진이다. 부산 출신이고, 밴드 레이니썬을 하다가 내귀에는 2005년에 합류했다.”
(황의준) “베이스의 황의준이다. 2002년 베이스 세션으로 합류했다가 2004년 2집 때부터 정식 멤버로 활동해오고 있다.”
= 내귀와 연덤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하고 있나.
(이혁) “기본적으로 연덤을 응원한다. 팀 음악에만 얽매이다 보면 음악적으로 답답함이 있다. 팀이 와해되는 것도 경제적 이유보다는 음악적 답답함이라는 이유가 더 크다고 본다. 저희는 서로를 자유롭게 풀어준다. 저희 팀만의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이것이 장수비결일 수도 있다.”
= 연덤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이혁) “원래 연덤이 (2011년에) 술 먹다 결성한 팀이었는데, 이렇게 지금까지 활발히 해올 줄은 정말 몰랐다. 내귀랑은 완전 다른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보기 좋다. 하지만 테크니적인 면에서 봤을 때 보컬리스트로서 이혁은 인정할 수 없다(웃음).”
(김태진) “공감한다(웃음). 애초 노래에 욕심이 있어서 한 게 아니다.”
= 새 싱글이 나왔다. 이미 공연에서 선보였던 ‘Charon’(카론)과 미공개 타이틀곡인 ‘Deconstruction’(디컨스트럭션)이다. 디컨스트럭션, 말이 좀 어렵다.
(이혁) “해체, 이런 뜻이다. 한쪽 관점에서만 보지 말자는 얘기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것, 듣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진) “사운드적으로 록인데, 자칫 구릴 수 있고 유행에 뒤진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FX’ 사운드를 만이 넣었다.”
(이혁) “처음엔 진보된 사운드를 해보려 했지만,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싶더라. 그동안 빠른 곡에서 저희 색깔이 잘 드러났는데, 적절히 루프 사운드를 섞고 기타와 드럼 위주로 갔다.”
(차명준)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이다.”
(김태진) “‘FX’ 사운드라는 양념만 뿌렸다.”
= ‘Deconstruction’을 계속 듣다보면 ‘사내, 날것, 글램, 메탈, 록, 파워, 스피드, 질주, 비행, 땀, 근육’ 이런 이미지들이 확확 스쳐간다.
(이혁) “제 목소리가 이런 센 음악보다는 얼터너티브나 모던록에 어울려, 좀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페이저’라는 이펙터를 사용했다. 공연 때도 이 이펙터를 쓸 생각이다.”
(차명준) “리듬쪽으로는 운전할 때 들으면 미친듯이 달리고 싶게끔 만들고 싶었다. 형들이 5집까지 60곡이 넘는 곡을 냈는데, 그 곡들에는 없었던 것이 이 곡에는 많다. 템포도 그렇고. 멤버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느낌이 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혁) “과거에는 멜로디만으로 몇 달을 고민했는데, 최근에는 쉽게쉽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안좋으면 훅 버린다. 개인적으로 이 곡이 참 좋았다. 원하는 그루브였다. 특히 드럼은 설레는 느낌까지 들었다. 마치 할리 데이비슨처럼 약간 불안정한 엔진의 느낌이 좋았다. 차명준은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드러머다.”
(김태진) “(예전 멤버였던) 정재훈은 정지선에 기막히게 멈춰서는 묘기를 부리듯이 잘 멈추고 아기자기한 편이었는데, 얘(차명준)는 그냥 가버린다.”
(황의준) “재훈이는 리듬을 쪼개는 것이나 변박을 좋아했는데, 명준의 드럼은 스트레이트하고 시원시원하다. 쇼적으로도 쇼맨십이 강하다.”
= ‘Charon’도 같이 들어보자. 처음 들리는 이 드럼 소리, 어떻게 치면 이런 사운드가 나오나.
(차명준) “플로어 탐에 이펙트를 주면 이런 소리가 나온다.”
(이혁) “이펙터가 없으면 썰렁하다.”
= 카론이 무슨 뜻인가.
(이혁) “죽은 자를 저승으로 보내주는 뱃사공이다. 그런데 죽음은 또다른 시작 아닌가. 멤버가 새로 들어왔고, (전) 소속사와는 헤어진 상황이고, 그러다 보니 죽음을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죽음, 이런 것은 뉘앙스만 주고 곡에는 새로운 희망을 심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의 음울한 분위기를 좋아해주시는데, 사실 그 그로테스크함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 태진의 기타를 보면 마이너적이고 묘한 분위기를 내지만 그안의 진행은 앞으로 전진해가는 느낌이 있다.”
(김태진) “메이저 키에서 오히려 더 암울한 게 나온다. 혁이 형이 떨구는 걸 최고로 잘한다(웃음).”
#. 이쯤에서 ‘Charon’의 가사를 소개하면 이렇다. 이혁은 이 곡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떠나간 여인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지만, 실은 자신과 세상과 삶에 대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뱀의 사원을 지나 안개 속에 널 찾아 쾌락으로 향하는 그 길을 막아야 했어 Hello! Hello! 숨겨도 그 눈빛 보여 별이 가득한 호수 힘없이 흔들던 인형 상처 입은 그 입술 Hello! Hello! You wanted to go there right? Hello! Hello! You wanted to go there right? Hello! Hello! Hello! Hello! You wanted to go there right? Hello! Hello! You wanted to go there right? Hello! Hello! You wanted to go there right? Hello! Hello! ha! I believe in her I believe in her I believe in her I believe in her’
(김태진) “‘Deconstruction’과는 매우 다르다. ’Deconstruction’에서는 퍼트려놓았는데, 이 곡에서는 쪼았다. 그래서 원래 깁슨 기타를 치는데 이 곡은 펜더로 녹음했다.”
= 이 곡은 이미 공연에서 공개됐었다.
(황의준) “6월17일 단독공연에서 공개하고 네이버 뮤지션리그에서만 다운로드가 가능했다. 정식 유통은 아니었다. 새 싱글이 나온 만큼, 11월4일 롤링홀에서 새 싱글 발매기념 단독공연을 연다. 현재 소속사가 없다보니 롤링홀과 함께 홍보를 하고 있다. 공연장 기획 홍보와 앨범 발매 홍보를 묶어서 가는게 도움이 되겠더라.”
(이혁) “단독공연은 1년에 2,3번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공을 할 때마다 레코딩한 신곡들을 발표하고, 그 곡들이 모이면 정규앨범을 내는 패턴이다. 이런 방식이 라이브를 위주로 하는 팀한테는 좋다. 아직 미발표곡이 4곡 더 있기 때문에 단공을 2,3번 더 하면 정규앨범(6집)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빠르면 내년, 늦으면 후년에 나올 것 같다.”
= 그런데 앞서 10월13일에 어마어마한 합동공연이 있다. YB, 국카스텐, 피아, 그리고 내귀가 출동한다. 티켓을 오픈한 지 30초만에 매진됐다.
(이혁) “홍대 하나투어브이홀에서 열리는 록스타 공연이다. 원래 (윤)도현 형이 ‘우리도 이제 연합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해서 (2007년에) 처음 열리게 됐다. 록킹한 팀들이 모여 록밴드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그리고는 흐지부지됐는데 제가 다시 도현 형을 찾아가 ‘다시 하면 좋겠다’고 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시 열리게 됐다. 록밴드들이 워낙 내성적이라서 친해지지 못하는 편이다.”
= 그러고 보니 내귀가 벌써 결성 22주년을 맞았다.
(이혁) “훅 지나갔다. 느낌상으로는 3,4년밖에 안된 것 같다. 그 사이 (록밴드가 활동할) 환경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90년대에 비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록페스티벌이 몇 개 더 생기고, 클럽 시스템이 좀 좋아진 것 정도? 하지만 요즘 록페에 가보면 록커보다는 대중가수나 EDM 가수, 여행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록 마니아는 오히려 소수에 불과하다. 저희 음악을 공감하고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마니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차명준) “내귀가 제가 못해본 록페나 단독공연을 하는 밴드라서 기대감이 엄청 컸다. 내귀 덕분에 제주도에도 가서 공연까지 했다. 다시 밴드 생활을 하기 잘 했다.”
=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이혁) “서울하이페스티벌 때 어우동 컨셉으로 돼지머리를 관객에게 던진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돼지머리가 은근히 무거웠던 거다. 그래서 겨우 펜스만 간신히 넘겼다(웃음). 사실, 관객 있는 쪽까지 갔어도 위험할 뻔했다. 거의 투포환 수준이었다. 원래 진짜 무당을 섭외하려 했는데 출연료가 너무 비싸 못했다(웃음). 대구 영남대 페스티벌 때는 공연 컨셉트가 수술실이어서 일부러 옷에 (가짜) 피를 묻히고 관객쪽으로 서핑을 시도했는데, 학생들이 곧바로 무대로 넘겨버리더라. 서핑을 안받아준 것이다. 그대로 무대에 얼굴을 쳐박고 잠시 기절까지 했었다. 이제는 관객한테 뭘 던지거나 서핑을 하거나 하질 않는다.”
= 평소 궁금했던 것 하나만 더 물어보고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1집 때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이경’이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혁) “당시 같은 소속사에 있던 김경호의 작사 담당 누나였다. 소속사에서 ‘대중성에 어필해야 한다’며 대중가사 쓰시는 분을 모셔온 것이다. 1집 때만 쓰셨다.”
= 11월4일 단공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겠다. 앞으로도 성원하겠다. 수고하셨다.
(내귀에도청장치) “꼭 오시라.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민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