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후 매 경기가 포스트시즌이었고 고비이자 승부처였다. 하지만 롯데는 이 승부처들과 정면으로 맞서서 이겨냈다. 하늘의 응답을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롯데는 29일 문학 SK전에서 7-2로 승리를 거두며 시즌 성적 79승62패2무, 3위를 유지했다. 이날 3위 확정의 매직넘버 2가 모두 지워질 수 있었지만 같은 시각, NC가 마산 넥센전에서 8-4로 승리하며 0.5경기 차이 3위를 지켰다. 3위 확정 매직넘버는 1개만 줄어들었다.
현재 롯데의 남은 경기는 단 1경기이기 때문에, 매직넘버는 의미가 없는 상황. 만약, NC가 30일 넥센전에서 패한다면 이 매직넘버가 소멸될 수 있지만, 현재 NC의 페이스로는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롯데는 3위를 확정 짓기 위해선 남은 1경기를 무조건 잡아내야 한다.
가을야구에 사활을 걸고 임했던 롯데는 후반기에는 매 경기가 그 어느 팀보다 치열했다. 매 경기가 롯데에는 가을야구를 치르는 것과 같았다. 후반기 첫 21경기에서 모두 3점 차 이내의 초접전 경기였다. 이 기간 롯데는 12승8패1무로 선전하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쉽게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쉽게 뒤처지지 않았다. 패색이 짙은 경기 후반에도 롯데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기어코 경기들을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결국 이 저력은 롯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7위에서 3위까지 수직 상승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후반기 22번의 짜릿한 역전승은 롯데가 보여준 저력의 보상이기도 했다.
이렇게 롯데는 숱한 승부처들을 이겨냈다. 29일, 난적이었던 SK를 상대하면서 초반 3이닝 동안 득점권 기회가 무산됐다. 위기에 다가오는 듯 했지만 결국 4회 5점을 뽑아내는 빅이닝으로 승기를 잡았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조원우 감독은 전반기에 ‘관리 야구’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그리고 후반기에는 냉철한 ‘승부사’로 변해 선수단을 통솔했다. 경기 자체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지만,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투입했고 잡아야 할 경기에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승리를 갈구하는 운영을 펼쳤다. 조원우 감독의 생각은 1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다. 4위 NC의 경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자신의 팀에 더 집중했다.
조원우 감독은 29일 경기를 앞두고 "순위 경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특별히 포스트시즌 준비를 하는 것은 없다"면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고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30일 NC-넥센전을 지켜봐야 하지만, 최종전까지 순위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후반기 최고의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가 다음달 3일 사직 LG 최종전에 출격할 예정. 후일을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결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조원우 감독은 늘 그랬듯이 최선의 수, 그리고 순리를 택한 것이다. 최선을 다한 뒤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의미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던 사령탑 조원우 감독의 간절함, “오늘만 이기자”는 선수단의 집중력과 의지가 결합되면서 팀은 진격을 멈추지 않았던 롯데다. 주장인 이대호 역시 “순위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만 하면 순위는 따라올 것이다”는 말로 순위 결정은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고 있었다. 롯데의 최종전 각오는 여느 경기와 다름없을 것이다. 그리고 롯데 선수단의 각오를 하늘이 들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