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만큼은 정말 좋아요."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이 ‘플랜 C’ 선수들의 모습에 미소 지었다.
올 시즌 두산의 유격수 자리에는 유독 부상이 많았다. ‘국가대표’ 유격수 김재호가 허리 통증으로 시즌 중반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가운데, 지난 8월에는 수비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해 현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자연스럽게 ‘백업’ 자원이었던 류지혁에게 시선이 갔다. 류지혁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타격감까지 끌어 올리면서 김재호의 공백을 잘 소화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잠실 kt전에서 이해창의 도루를 저지하던 중 충돌이 일어났고, 왼쪽 무릎 타박상을 당했다. 여기에 장염까지 겹치면서 복귀 시점은 더욱 늦어졌다.
계속된 전력 이탈. 그러나 두산의 유격수 자리는 여전히 단단했다. ‘플랜 C’ 서예일이 수비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김재호와 류지혁의 공백을 채웠다.
서예일은 지난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전체 56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곧바로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는 등 많은 기대를 모았다. 타격은 다소 아쉽지만, 안정적인 수비로 백업 자원으로는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도 “서예일은 수비 하나만큼은 정말 좋은 선수”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정도. 타격에서도 지난 13일 첫 결승타를 날린 데 이어, 24일에는 첫 멀티히트를 날리면서 조금씩 1군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격수 자리에서 서예일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포수 자리에서는 장승현이 ‘플랜C’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3년 두산에 4라운드(전체 36순위)로 입단한 장승현은 지난 2015년 시즌 종료 후 경찰청에 입대해 지난 23일 전역했다.
두산 입단 당시부터 수비력은 좋다고 평가를 받은 가운데, 양의지(두산), 최재훈(한화), 장성우(kt) 등이 기량을 향상시키며, ‘포수 사관학교’ 평가를 받고 있는 경찰청에서 더욱 실력을 가다듬어 한층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도 장승현의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태형 감독은 “(장)승현은 입대 전에도 봤는데, 수비 하나 만큼은 정말 좋은 선수”라며 “특히 도루 저지하는 데 있어서 공을 빼는 속도가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두산은 KIA와 1.5경기 차로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도 자련 우승이 불가능하다. KIA의 패배에 기대야 하는 만큼, 정규시즌 2연패가 어려운 상황. 그러나 주전 못지않은 ‘백업’에 이어, 제 몫을 해주며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는 ‘제 3의 자원’은 올 시즌 두산이 거둔 또 하나의 수확이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