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BASE] LG의 실패...방향은 맞다, 속도가 문제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9.30 06: 00

 LG 트윈스가 2년 만에 포스트시즌 탈락의 쓰라림을 경험했다. 성적을 내야 하는 프로 구단으로서 올해 LG는 실패한 시즌이다. 오프 시즌, 스프링캠프 때 계획과는 어긋난 성적표다.
올해 LG의 '가을야구'가 무산됐지만, 한 해 농사가 흉작일 뿐 LG 구단의 운영 방향은 올바른 선택을 했다. LG는 탄탄한 투수진을 구축하고, 타선의 리빌딩으로 강팀 전력을 꾸려간다는 계획이었다. 다만 그 속도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았을 뿐이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14일, LG는 FA 차우찬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양상문 감독, 송구홍 단장의 말을 다시 꺼내 본다.

양상문 감독은 "구단에서 매우 신경 써줘서 좋은 선수를 데려왔다. 투수쪽은 5선발까지 안정을 찾지 않을까 싶다. 타격쪽으로 기존 선수들이 분발하고 (젊은 선수들이) 발전하면 팀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송구홍 단장은 "기본적으로 선수를 키우고 나서 필요한 시점에 트레이드나 FA 영입을 하는 것이 선순환이라고 본다. 리빌딩, 선수 육성도 이기면서 해야 가능하다"며 "2013~14년 선발이 약했지만 불펜의 힘으로 4강에 갔다. 이제는 선발진을 강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마운드가 탄탄해야 성적이 보장된다. 투수진이 안정되면 두산처럼 야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다. 내가 선수 시절 경험했다. 타석에서 못 쳐도 묻어주고, 수비에서 실책 해도 묻어주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30대 중반으로 가는 류제국(34)을 대신해 차우찬(30)이 토종 에이스로 중심을 잡고, 임찬규 등 20대 젊은 투수들로 자연스런 세대 교체를 꾀한 것이다. 차우찬은 28경기에서 QS를 16차례 기록했지만 유난히 타선 지원을 받지 못했다. 10승 7패 평균자책점 3.43(리그 3위)로 자신의 몫은 하고 있다. 기대대로 임찬규와 김대현 등이 성장하고 있고, 임지섭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LG는 외국인 투수 허프, 소사도 자기 몫은 해내며 팀 평균자책점 1위(4.29)를 달리고 있다. 불펜진에서 마무리 임정우의 장기 부상 공백이 컸지만, 전반기까지는 불펜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신정락, 정찬헌, 진해수, 이동현, 김지용 등이 돌아가면서 돌려막기로 버텼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던 타선의 문제는 풀이과정을 찾는 대신 더욱 꼬였다. 지난해 12월 15일 기자는 ▲'차우찬 가세' LG, 우승전력? +6승일 뿐이다 라는 제목으로 'LG 전력은 잘 해야 4강'이라고 전망했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고는 하지만, 타격이 뒷받침되어야 승리를 할 수 있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방망이가 득점을 내지 못하면 비길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LG는 2016시즌 팀 타율은 리그 평균과 같은 .290(6위)이었다. 장타율은 kt에만 앞선 9위(.417)에 그쳤다. OPS도 9위(.778). 득점력은 7위, 잠실구장이 넓어 홈런(9위, 118개)에서 불리하다면 2루타라도 많이 쳐야겠지만 8위(238개)였다.
올해 LG의 공격력을 더 답답해졌다. 타율은 리그 평균(.286)보다 낮은 .282(7위), 장타율은 .400(10위)다. 28일 kt전에 18안타를 몰아친 덕분이다. OPS .749(9위), 홈런은 109개로 최하위, 2루타 숫자도 211개로 최하위다. 득점은 9위로 떨어졌다. 141경기를 치르며  690득점, 660실점으로 득/실에서 별 차이가 없다. 평균자책점 1위의 장점을 전혀 살릴 수 없는 기형적인 '투고타저'였다. 
베테랑 박용택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타자가 없다. 악재도 겹쳤다.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는 6월초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7월말 대체 외국인 제임스 로니가 가세했으나, 8월말 2군행 지시에 불복해 미국으로 돌아가버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9월 순위 싸움에서 용병의 무단이탈, 가뜩이나 빈약한 타선은 더욱 힘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기록한 채은성은 타율 .270(330타수) 35타점, 이천웅은 타율 .284(232타수) 27타점, 김용의는 타율 .268(164타수) 17득점으로 뒷걸음질쳤다. 이병규(7번)는 19경기 출장에 그치며 부진, 부상으로 시즌을 마쳤다. 
양석환(타율 .265 14홈런 83타점), 유강남(타율 .272 15홈런 63타점), 이형종(타율 .268 9홈런 44타점), 김재율(타율 .304 6홈런 26타점) 등이 그나마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송구홍 단장은 "2013~14년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상대팀이 못한 것도 있고 우리가 기대 이상 잘한, 행운이 따른 편이다. 지금 우리 팀은 리빌딩 과정이다. 올해 잘했던 야수 유망주들과 불펜의 임정우, 김지용 등이 내년에도 올해만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불안 요소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생각보다 더 심각한 현실로 닥쳤다. 2013~14년에 미리 당겨 쓴 것인지 '행운'은 올해 LG에 찾아오지 않았다. 타자 복권은 잘 터지지 않았고, 잔부상(오지환, 이천웅 등)이 잦았다. 허프는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한 달 반, 7월 한 달 등 2달 넘게 공백기가 있었다. 
투수진은 전체적으로 예상대로(임정우의 부상 공백, 김지용의 부진 등 불펜진은 예상 외였지만) 꾸려갔지만, 타선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갔다. 결과는 팀 평균자책점 1위에도 KBO리그 최초로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문제점이 도드라지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어느 정도 예상했고, 준비된 바다. LG 프런트와 현장은 한 시즌이 아닌 중장기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겨울, 양상문 감독은 "야수들의 기대치나 능력들이 조금 더 올라와줘야 한다. 그게 안정을 찾는 시기가 대권 도전할 타이밍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구홍 단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꼭 2017시즌을 바라보고 차우찬을 영입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선수들을 키우며 2~3년 후 우승에 도전하는데 선발 차우찬의 존재가 필요하다. 4년 계약 기간 내에 리빌딩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끝날 뿐이지, 타자들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시간을 담보로 하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외국인 타자의 현명한 선택, FA 시장에서 30대 초반의 타자를 보강하는 것은 쉬운 방법이다. 박용택이 중심을 잡아주는 동안 젊은 타자들이 빨리 자리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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