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라디(YELLA D)는 '올라운드 플레이어(All round player)'라 불리는 뮤지션이다. 어느 포지션에 있어도 능숙한 만능 선수란 뜻처럼, 작곡·작사에서부터 녹음, 뮤직비디오 작업까지. 자신이 발표하는 음악의 전반적인 작업을 스스로 해낸다.
"저도 절 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요(웃음). 노래는 100% 제가 다 써요. 곡을 쓰고 랩을 하고 노래를 하고 믹스도 하고. 그래서 그런 말(올라운드 플레이어)이 붙여진 것 같아요. 누군가는 '싱퍼'라고도 부르구요. 집에서 모든 작업을 해요. 힘들지 않냐고요? 이미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아무래도 직접 모든 것을 해야 하기에 노래를 내는 빈도가 잦지 않다. 일의 분할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만큼 저비용으로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담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스로 하는 것의)장점이요? 아무래도 돈을 아낄 수 있는 것이 최고죠(웃음). 외부 래퍼들한테 곡을 준 적이 있었는데, 내 생각과 음악이 일치할 때는 정말 재미있게 작업해요. 하지만 다른 해석이 돼서 나온 게 몇 번 있었어요. 그 때 속으로 '사실 생각한 건 이건 아니었는데' 했죠. 그런 부분을 보다 보니 제가 직접 꼼꼼하고 섬세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좋더라고요."
장르 역시 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랩, 힙합, EDM 등 다양하다. 성향이 워낙 어디에 갇히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좇다보니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은 장르에 갇히지 않는다.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공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바하나 쇼팽 같은 음악가를 동경했다. 창작동요대회와 콩쿨에 나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피아노과로 대학 진학을 하려다가, 보다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겠단 생각에 작곡과를 선택했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다. 어머니는 늦게 성악을 배우며 자신의 못다한 꿈을 펼쳤다. 집안에 음악에 대한 열정이 흐른다. '언젠가 음악은 하겠다' 싶었고 실제로 인생은 자연스럽게 이 방향으로 흘러왔다. 물론 음악을 하면서도 단기 아르바이트나 옷 장사 등을 했지만 음악을 한 순간도 놓은 적은 없다.
대학교 흑인음악 동아리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했고, 여기에서 래퍼 한해를 만나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골기퍼'에 피처링을 담당했던 것. 에피소드도 있다. 한해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음료수를 들고 직접 한해의 소속사 브랜뉴뮤직 라이머 대표를 찾아가기도 했다. 라이머 대표는 생짜 신인이 '겁도 없이' 찾아간 면모를 칭찬하고 높이사며 흔쾌히 해당 프로젝트를 수락했다는 전언이다.
2013년 싱글 앨범 'Can Get It(넌 알아 너의)'로 데뷔한 후 'YSBTF', '골기퍼(Goalkeeper)', 'Turn It Up', 'You`re The Only One' 등의 곡들을 선보였다. 본인의 곡들 중 제일 뜨겁고 열심히 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노래로는 '골기퍼'를 꼽았고, 최근 신곡 '내 어깨 위에 네 고개(OAO)'를 '가장 나 다운 노래'라고 표현했다.
지난 5일 발표된 '내 어깨 위에 네 고개(OAO)'는 청량한 리듬과 감성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트로피칼 하우스에 힙합이 가미된 트랙. 파란 하늘 아래 사랑하는 사람과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트로피칼 하우스에 힙합이 가미된 지난 더블 싱글 '가고 있어'와 'YSBTF'에 이어 더욱 확고해진 색채로 돌아온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사가 인상적이다. 묘사가 화가 같다는 평을 얻기도. 실제로 노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를 타고 달리는 도로 위 연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가사를 잘 쓰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 노래를 들으면 (상황이) 자연스럽게 상상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워낙 (가사 표현에 있어)상황에 집어넣는 걸 좋아해요. 그냥 그 장면이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하는거죠.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걸 좋아해요. '내 어깨 위에 네 고개(OAO)' 같은 경우는 차에 탔을 때 느끼는 세밀한 감각들을 캐치하게 하고 싶었어요." 참고로 후렴에서 반복되는 'OAO'는 '그녀'의 고개가 어깨에 닿았을 때 지은 그의 표정을 담은 이모티콘이다. 옐라디가 직접 이를 만들었다.
음악적으로 품고 있는 고민도 있다. 자신의 음악을 가볍거나 트렌드를 쫓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 하지만 자신의 음악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제 음악 성향이 트렌드를 반영하다 보니 가벼운 느낌이 든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어요. 아이돌 타이틀곡 같다는 말도 들었고요. 전 어려운 음악은 싫어요. 음악의 악이 즐기다는 뜻이지 않나요. 멋있어 보이려고 나 답지 않게 심각하게 접근하지 못하겠고, 그렇게 할 수도 없어요. 그런데 앨범으로 나오면 말이 달라지더라고요. 일관된 여러 개의 노래를 보면 '아 얘가 정말 좋아해서 이걸 하는구나'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올해 EP 앨범을 내고 싶어요. 앨범을 만드는 게 지금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생각하고, 솔직하게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그다. 롤모델로는 카니예 웨스트와 퍼렐 윌리엄스를 꼽았다. "카니예 웨스트는 의류 등 여러가지를 만지는데 음악은 딥하죠. 퍼렐 윌리엄스는 힙합도 하고 영화음악도 하고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항상 즐거운 모습이 느껴져서 좋아요. 자유로운 느낌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인기동영상 비디오빌리지의 '비글녀'에 랩 선생님으로 등장, 유려한 진행을 선보였던 바다. 방송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고 재치있는 진행이 돋보였다. 그의 다재다능한 면모가 다시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옐라디에서 옐라(Yella)는 옐로우(Yellow)를 줄인 말이다. 노랑이란 색깔의 의미도 있고, 황인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뒤에 D는 다이아몬드를 줄인 건데, 말그대로 옐로우 다이아몬드를 줄인 것이다. 일반 다이아몬드보다 옐로우 다이아몬드가 훨씬 가치가 높다. 그래서 남들보다 가치가 뛰어난 사람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옐로우 다이아몬드처럼 반짝 반짝 빛날 그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인스타 라이브를 봐 주시는 팬들, 소통하는 자리가 있을 때 매번 계시는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항상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그 분들께 감사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옐라디는 과소평가 돼 있다'는 말을 해 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어쩌면 저를 너무 높이 평가해주시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런 말씀들에 힘을 얻어 실제로 그 분들 말씀에 맞는 위치와 존재가 돼서 뿌듯함을 안겨드리고 싶어요. /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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