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지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28일 대전 KIA전을 마친 한화 신인 투수 박상원(23)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팀이 4-6으로 뒤진 8회 2사 1·3루에서 구원등판한 박상원은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8회 위기에서 급한 불을 껐지만 9회 폭투로 추가 실점했다. 승부가 KIA로 넘어간 뒤였지만, 박상원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크게 배어 있었다.
그는 "비야누에바의 마지막 경기였다.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자책했다. 시즌 마지막 등판을 가진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6⅔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2자책) 역투를 했지만 불펜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다. 도움이 되지 못한 박상원도 아쉬움이 컸다.
박상원은 비야누에바의 수제자다. 올해 2차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신인 박상원은 지난 7월 육성선수 신분을 떼고 정식선수로 전환됐다. 1군에 올라온 뒤 처음 만난 비야누에바에게 초면에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비야누에바의 주무기 중 하나인 슬라이더의 그립을 잡는 법부터 캐물었다.
비야누에바도 그런 박상원이 싫지 않았다. 비야누에바는 "박상원은 1군에 올라와 처음 만나자마자 이것저것 막 질문을 해왔다. 스스로 발전하려는 모습이 보여 너무 기특했다. 그의 질문에 나도 즐겁게 대답했다. 점점 좋아지는 모습이 보였고, 나도 덩달아 기뻤다"며 누군가의 멘토가 된 것에 만족스러워했다.
지난 14일 대전 넥센전에서 박상원은 10-2로 앞선 9회 1이닝을 3연속 삼진으로 마쳤다. 승부가 크게 기운 가비지 이닝이었만, 비야누에바가 가르쳐준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쓰며 헛스윙 삼진을 뺏어내는 효과를 봤다. 이에 박상원은 경기를 마친 뒤 비야누에바 품에 어린아이처럼 와락 안겨 고마워했다.
박상원은 "1군에 처음 간 날부터 비야누에바에게 여러 가지로 물어보고 싶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투수이고, 배울 게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며 "하루는 월요일 휴식일에 야구장에 웨이트를 하러 갔는데 쉬는 날에도 일찍 나와 훈련하는 비야누에바의 모습을 보고 인상 깊었다. 1군 엔트리에 빠져있을 때도 집에서 (중계 화면) 영상을 찍어 연습할 때 보여주며 어떤 부분이 좋고 나쁜지 이야기해줬다. 자신감 갖고, 침착하게 밸런스만 잡으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항상 격려해줬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야누에바는 얼마 전 박상원에게 따로 글러브까지 직접 선물했다. 비야누에바는 "어느 누군가에게 글러브를 선물로 준 것은 처음이다"며 쑥스러워했다. 박상원은 "너무 아까워서 경기에선 쓰지 못할 것 같다"며 웃은 뒤 "나 역시 비야누에바의 마지막 등판에 맞춰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의 사인을 공에 다 받아 선물로 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다"고 했다.
경기를 마치고 두 선수는 라커룸 및 그라운드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박상원은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곳이 어디가 될진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날이 올 것이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비야누에바도 "박상원은 한화 미래의 중요한 핵심선수가 될 것이다"며 앞날에 축복을 빌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