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비야누에바, "한화라서 행복, 은퇴는 미정"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9.29 06: 03

"한국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행복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는 비장했다. 공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담아 던졌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에는 미련이 남지 않았다.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한 포수 최재훈과 포옹을 하고, 윤학길 투수코치와는 악수를 나눴다. 1루측 홈 관중들에겐 모자를 벗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곤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 
비야누에바에게 지난 28일 대전 KIA전은 야구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았다. 이날 비야누에바는 6⅔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2자책) 역투를 했다. 불펜 난조로 승리는 날아갔지만, 비야누에바에겐 미련이 없는 투구였다. 현역 선수 은퇴를 고심 중인 그에게는 승패를 떠나 모든 것을 쏟아부은 피날레였다. 

경기 후 만난 비야누에바는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었다. 그는 "특별한 날이었다. 선수들, 구단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돼 좋았다. 최대한 많이 고마움을 표현했는데 받아들여졌는지 모르겠다. 막상 떠나게 되니 슬프다"고 말했다. 
비야누에바는 올 시즌 20경기 112이닝을 던지며 5승7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했다. 타선 지원 부족, 수비 불안과 불펜의 난조로 지독하게 승운이 없었다. 13번의 퀄리티 스타트에도 5승에 불과했다. 마지막 등판도 불펜 난조로 승리가 아쉽게 불발됐지만 비야누에바는 개의치않았다. "물론 승리를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 선수들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것이 의미가 있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2월말 한화와 계약한 비야누에바는 3월초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때 팀에 합류했다. 그는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완전히 새로운 곳이라 걱정했지만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줬다"며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을 빼면 한국 생활은 하나도 후회되는 게 없다. 모든 경험이 행복했다"고 되돌아봤다. 
현역 은퇴 여부, 향후 계획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비야누에바는 "정확히 결정된 건 없다. 일단 지금은 긴 시즌을 치르며 몸이 지쳤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가족들과 상의를 할 것이다. 가족들의 결정에 따르겠다. 지금 당장 향후 계획에 알려드리고 싶지만 어떻게 될진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비야누에바는 29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출국한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다음주 출산 예정이라 구단 배려 아래 출국 입장을 앞당겼다. 비야누에바는 "구단의 배려에 감사하다"며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올해는 내 인생에 있어 최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고 한화와 함께한 1년에 큰 의미를 뒀다. 
한편 비야누에바는 향후 현역 선수 생활 지속, 한화와 재계약 여부를 떠나 한화 구단과 꾸준히 네트워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올 한해 한화에서 보낸 1년을 정리한 리포트도 정리하게 공유했다. '선수' 비야누에바는 여기서 끝일 수 있지만 인연의 끈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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