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삼성팬 윤태호(46) 씨에게 대구 시민야구장은 어릴 적 추억이 담겨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삼성 라이온즈 어린이회원 1기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윤태호 씨는 "국민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시민야구장에 자주 갔었다.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이만수 선수와 장효조 선수는 어릴 적 최고의 우상이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야구장에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보다 옛 추억이 남아 있는 시민 야구장이 더 애착이 가는 게 솔직 한 마음"이라는 윤태호 씨는 "최근 업무차 (시민야구장이 위치한) 대구 북구 고성동을 지나갔는데 시민야구장 공사 현장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2. 현역 은퇴를 앞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에게 시민야구장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희망의 땅이기도 하다. "시민야구장에서 이만수 선배님이 뛰는 모습을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고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뛰던 야구장이었다"는 게 이승엽의 말이다.
경북고를 졸업한 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시민 야구장에서 뛰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이~승~엽~ 홈런"을 외치던 팬들을 위해 호쾌한 한 방으로 화답했다. 이승엽은 "나는 시민야구장에서 뛰며 행복한 일이 많았다. 2012년 삼성에 복귀하면서 대구구장을 다시 밟게 돼 정말 기뻤다. 이젠 다시 갈 수 없기에 더 큰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시민야구장은 대구 야구사의 현장이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1985년 통합 우승을 포함해 8차례 정상에 등극한 야구 성지와도 같다. 그러나 1948년 4월20일 한국 최초의 야구장으로 건립된 시민야구장은 시설이 낙후돼 이미 수년 전부터 개보수로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2006년에는 안전진단결과 심각한 붕괴 우려로 철거가 요구되는 E등급을 받으며 망신살을 뻗쳤다. 한동안 공사장을 연상시키는 철제 빔이 대구구장 곳곳에 위치했다. 2011년 4월 16일 삼성-두산전 도중 갑작스럽게 전광판·조명탑 등 모든 시설이 정전돼 경기를 마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많은 비가 쏟아지면 배수 시설이 막혀 덕아웃이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대구시는 시민운동장 일대 스포츠타운 조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야구장은 사회인 야구장으로 쓰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대구시는 사회인 야구장의 개장과 함께 대구 야구의 요람으로 사용된 그간의 흔적을 남기고자 시민야구장 벽면에 '대구 야구의 역사와 전설들'이라는 이름의 핸드 프린팅 코너를 만들기로 했다. 대구시는 1차 후보군 20명 가운데 지난달 설문조사를 통해 10명으로 압축한 상태다.
이승엽을 비롯해 고 장효조 전 삼성라이온즈 퓨처스 감독, 김시진 KBO 경기운영위원,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 강기웅 삼성 라이온즈 퓨처스 코치, 양준혁 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 박한이(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박석민(NC 다이노스)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시는 해당 후보가 설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다른 인물로 교체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대구 야구를 빛낸 10명의 핸드 프린팅 코너 조성과 더불어 이승엽의 56호 홈런 기념 조형물 건립을 추진하기로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