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0·LA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 포함을 점치는 시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때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으나 여러 변수들이 만나면서 힘을 받고 있다.
최근 미 언론들은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로테이션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어느 팀이나 포스트시즌에 참전하는 네 명의 선발투수는 중요하다. 다만 다저스는 풍부한 선발진을 갖추고 있어 누가 탈락하고 포함되느냐가 더 화제를 모은다. 특히 지난해 16승을 따낸 마에다 겐타가 최근 불펜으로 강등되면서 서바이벌 게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다.
클레이튼 커쇼, 다르빗슈 유, 리치 힐까지는 확정적이다. 현지에서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마지막 네 번째 투수다. 알렉스 우드와 류현진이 후보다. 시즌 전체 성적을 놓고 보면 우드가 더 낫다.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드는 후반기 성적이 뚝 떨어졌다. 반대로 류현진은 전반기보다 후반기 성적이 더 좋다. 게다가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 포스트시즌에서 비교적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국제무대까지 합치면 큰 경기 경험이 많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28일(한국시간) “커쇼와 다르빗슈보다는 3·4선발로 나설 선수들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SPN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커쇼와 잭 그레인키(현 애리조나)를 제외한 나머지 다저스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들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2번의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사례는 3번에 불과했다. ESPN은 그 중 류현진이 두 번을 책임졌음을 환기시켰다.
ESPN은 이어 로버츠 감독이 아직 우드의 가을 보직을 확정짓지 못했다면서 “하나의 옵션은 우드를 불펜으로 이동시키고, 류현진을 선발로 쓰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점쳤다. ESPN은 다저스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1차전 선발로 나설 커쇼를 3일 휴식 후 4차전에 쓰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으나 커쇼는 2년 연속 등 부상의 여파라는 위험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애리조나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할 경우, 애리조나의 우타자 봉쇄를 위해 힐과 류현진이 더 나은 옵션이 될 수 있음도 시사했다. 실제 힐과 류현진은 좌완임에도 불구하고 우타자에게 더 강한 선수다. 여기에 우드는 불펜 경험이 있다. 2~3이닝을 던질 경우 후반기 문제로 지적됐던 구속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류현진은 불펜 경험이 거의 없다.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우드의 불펜행 옵션은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 ESPN의 주장이다. 이는 ESPN 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들도 입을 모아 제기하고 있는 옵션이다. 우드는 “선발로 뛰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지만, 다저스가 우드를 설득시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우드가 류현진보다 덜 뛰어난 선수가 그런 것이 아니라, 팀의 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 속에 우드의 양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다저스 프런트가 그런 선택을 내린다면 류현진의 선발 합류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다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직전 등판에서 팔에 공을 맞는 아찔한 순간을 겪었던 류현진은 그 여파가 자신의 구위에 별다른 영향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30일 콜로라도 원정은 마지막 기회다. 다저스 프런트의 ‘결정 시점’도 그 등판 이후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