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타선 도움을 못 받던 차우찬이 10승 도전에 성공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투구에 긴 이닝 소화도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타선이 '차크라이' 차우찬의 눈물을 닦아줬다.
LG는 28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kt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16차전을 15-6으로 승리했다. 0-1로 뒤진 2회 양석환의 솔로포 포함 장단 4안타로 대거 4득점에 성공했다. 이때 잡은 리드를 한 번도 놓치지 않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경기는 LG에게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LG는 26일 광주 KIA전 패배로 트래직넘버1의 위기에 내몰렸다. 남은 다섯 경기를 어떻게든 전부 이겨야 했다. 그나마도 SK가 3경기를 전패했을 때만 가을야구 진출이 가능했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LG만큼이나 차우찬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차우찬은 이날 전까지 시즌 27경기에 선발등판해 170⅔이닝을 소화하며 9승7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 중이었다. 평균자책점 3위에 올라있지만 9승은 다소 초라했다.
이나마도 힘겹게 따낸 숫자였다. 차우찬은 8월 3일 잠실 롯데전서 7⅔이닝 5실점(4자책)에도 시즌 8승째를 따냈다. 시즌 종료까지 두 달이 남았던 상황. 10승은 물론 그 이상의 목표도 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이후 7경기서 4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17을 기록했지만 승리 없이 2패에 그쳤다.
원인은 저조한 득점지원이었다. 차우찬은 이날 전까지 9이닝당 4.59점을 지원받았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20명 중 17위에 해당한다. 차우찬의 아래에는 고영표(4.56점), 라이언 피어밴드(3.71점), 돈 로치(3.08점)뿐이었다. 모두 리그 최하위 kt 소속 선수들이다. 빈타에 시달리는 kt를 제외한 구단 선수들 가운데 가장 득점 지원을 못 받는 선수였던 셈이다. '차크라이'라는 별명도 이해됐다.
차우찬은 22일 대구 삼성전서 긴 침묵을 깨고 시즌 9승째를 달성했다. 이제 남은 등판은 최대 두 번. 차우찬의 3년 연속 10승 달성과 팀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위해서도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차우찬의 구위가 썩 좋지 않았다. 차우찬은 이날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최고구속 143km의 속구(30개)를 축으로 포크볼(25개), 슬라이더(20개), 커브(6개)를 섞어던졌다. 스트라이크는 52개, 볼은 29개로 제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4회를 제외한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다. 결국 5회를 간신히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차우찬의 5이닝 소화는 올 시즌 최저 타이였다.
그런 차우찬을 이번에는 타선이 도왔다. 차우찬은 1회 정현에게 솔로포를 맞으며 선취점을 헌납했다. 하지만 LG가 2회 양석환의 솔로 아치를 시작으로 대거 4득점했다. 차우찬은 2회에도 유한준에게 우중월 2루타를 맞은 뒤 차례로 진루타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3회에도 선두 오태곤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병살타 처리.
두 점 차 아슬아슬한 리드에서 타선이 한 번 더 힘을 냈다. LG는 4회 1사 1루서 문선재의 투런포로 리드를 벌렸다. 차우찬은 5회 다시 두 점을 내주며 점수 차를 좁혔다. 무사 2루서 김동욱과 오태곤에게 연달아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6-4 근소한 리드. LG 타선은 6회 박용택의 적시타로 한 점 더 달아났다. 석 점 차 리드 상황에서 차우찬은 강판했다. 차우찬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LG와 kt는 6회와 7회 한 점씩 주고받았다. 7-5, 스코어는 여전히 두 점 차였다. 8회 LG 방망이가 폭발했다. LG는 8회 박용택의 2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4득점하며 차우찬의 10승에 쐐기를 박았다. 한 번 달아오른 LG 타선은 9회에도 유강남의 3점포를 포함 4득점으로 무력시위했다.
그간 차우찬을 외면하던 타선의 폭발. 차우찬은 이제 3년 연속 10승 투수다. /ing@osen.co.kr
[사진] 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