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의드→삼각 로맨스...‘병원선’이 위태로운 이유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9.28 09: 30

‘병원선’이 어딘지 불안하다. 이 불안한 이유, 단순히 의학드라마에 사랑이 나와서가 아니다. 애초에 ‘병원선’이 내세웠던 ‘환자와 의사가 교류하며 그려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에서는 집안의 빚 때문에 힘들어하는 송은재(하지원 분)과 그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는 곽현(강민혁 분), 김재걸(이서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송은재는 아버지의 빚을 독촉하는 사채업자들에 협박을 당했다. 이를 도와주려는 곽현에게 “일과 관련된 것 아니면 도움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은재는 이미 빚 때문에 월급의 반이 차압을 당하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병원선과 응급실을 오가며 환자를 돌봤다. 

앞서 곽현에게 “송은재 좋아하면 간수 잘 해라. 내가 뺏고 싶어질 수 있으니까”라고 말한 김재걸은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다가 결국 코피가 난 송은재에게 “15분만”이라며 휴식을 권하는 등 신경을 썼다. 그는 병원장인 아버지에게 송은재 이야기를 하며 그가 아버지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조짐을 보였다. 곽현은 곽현대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송은재가 포기가 안 된다”며 고민했다.
그러던 중 곽현은 송은재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송은재는 이를 거절하고 선약에 나갔다. 선약은 다름아닌 곽현의 약혼녀 최영은(왕지원 분)과의 만남이었다. 최영은은 송은재에 서울의 큰 병원을 소개시켜주며 “오빠 앞에서 신경쓰이는 여자를 치우고 싶다”고 적의를 드러냈다. 송은재는 이를 거절했다.
또한 송은재는 곽현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내 인생에 사랑이라는 계획표가 있었다면 그 상대는 곽선생이었을 거다. 사랑이라는 거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라”며 자리를 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뒤늦게 남동생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병원으로 뛰어간 송은재 앞에는 이미 곽현이 도착해 있었다. 
이처럼 ‘병원선’은 송은재, 곽현, 김재걸의 급변하는 러브라인을 그려내고 있다. “간수 잘해라”라고 경고하는 김재걸이나 “포기가 안 된다”고 괴로워하는 곽현, “사랑이라는 계획표가 있었다면 그 상대는 곽선생이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송은재의 엇갈린 삼각관계가 드라마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런 ‘병원선’에 우려가 생긴다. ‘병원선’은 선상 의학드라마라는 소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컬드라마 홍수 속에서 ‘병원선’이 내세운 차별점은 바로 ‘한국 최초 선상 의학 드라마’였다. 환자가 찾아오는 병원이 아닌,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의사들이 환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겠다는 게 ‘병원선’의 의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획 의도를 찾기 힘든 수준이 됐다. 단순히 의학드라마에 사랑이란 테마가 그려져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병원선에 올라 환자들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는 실종 상태라는 게 문제다. 아버지의 빚을 갚으려고 응급실과 병원선을 뛰어다니면서 러브라인에 휩쓸려버린 송은재에게 그를 성숙하게 만들 ‘환자와의 교류’가 비집고 들어갈 여유는 없어 보인다. 
곽현과 김재걸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보의다. 의사로 치면 ‘애송이’다. 이들이야말로 의사로서의 성장이 필요한 캐릭터다. 하지만 지금의 곽현과 김재걸은 사랑에만 몰두하고 있다. ‘병원선’이 걱정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캐릭터들이 의사가 아닌 그저 남녀로만 다뤄지면서 ‘병원선’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이 점점 퇴색되고 있다. 
‘병원선’은 과연 진짜 의사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장점을 최대한 살려 특색있는 메디컬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병원선’의 포부가 어서 발현되길 기대해본다. / yjh0304@osen.co.kr
[사진] ‘병원선’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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